프로농구 경기 작전시간 중 감독이 선수에게 욕설을 하는 나와서는 안될 상황이 발생했다.
프로농구 선두 울산 모비스는 16일 오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상대했다. 로드 벤슨(32점, 14리바운드)이 골밑을 점령한 모비스는 비교적 마지막까지 손쉽게 경기를 풀며 84-74로 이겼다. 그런데 77-64로 크게 앞선 4쿼터 종료 3분 39초를 남기고 유재학 감독은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유재학 감독은 함지훈을 가리키며 “너 스위치 얘기 했어? 안했어?”라며 수비실수를 지적했다. 여기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유 감독은 “야 테이프 줘봐. 테이프 입에 붙여”라며 트레이너에게 테이프를 잘라 함지훈의 입에 붙일 것을 지시했다.

테이프를 건네 받은 함지훈이 머뭇거리자 유 감독은 “붙여 이 XX야”라고 욕설을 뱉고 말았다. 함지훈은 마지 못해 입에 테이프를 물었다. 순간 국내선수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외국선수인 벤슨은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느라 곤욕스러워했다.
‘만수’라 불리는 유재학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프로농구 최고명장이다. 프로농구 정규시즌 최다승, 챔프전 3회 우승, 감독상 3회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국가대표 감독직까지 겸하고 있는 그는 올해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남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계획이다.
짧은시간 긴박하게 흐름이 넘어가는 프로농구 특성상 선수에 대한 심한 꾸짖음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 인정하는 명장의 입에서 나온 욕설이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농구팬들 사이에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는데 이런 장면이 나오다니 믿을 수 없다”, “인격모독 아닌가요?”, “농구가 보기 싫어지네요”라며 유 감독의 발언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상대팀 코치에게 욕설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SK의 애런 헤인즈는 결국 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또 올 시즌 전창진 KT 감독은 불성실하게 경기에 임했다는 이유로 500만 원의 벌금을 냈다. 중계방송 카메라 앞에서 욕설을 한 유재학 감독의 경우도 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