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 안현수(29)가 러시아 사상 첫 쇼트트랙 금메달을 안기자 그 이름 한국계 러시아 록 가수 '빅토르 최'의 이름에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현수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로써 안현수는 러시아 쇼트트랙에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이 됐다. 1500m 동메달리스트인 안현수는 이번 대회 메달을 두 개로 늘리며 역대 쇼트트랙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남자 선수가 됐다.

안현수는 지난 2011년 8월 러시아로 귀화하며 이름을 '빅토르'라고 지었다. 그 이유에 대해 안현수는 '승리(victory)'라는 의미와 함께 구소련 록 가수 황제 '빅토르 최'처럼 최고가 되겠다는 다짐도 담겨 있었다.
빅토르 최는 공산주의 치하에 있던 구소련에 혜성처럼 등장한 록그룹 키노(KINO)의 리더다. 카자흐스탄공화국 크질오르다 출생으로, 한국인 2세와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인 사이에 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 키노를 결성한 빅토르 최는 '혈액형'이란 노래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또 '이글라'라는 영화에도 출연해 1989년 150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배우로도 명성을 날렸다.
음악성향은 펑크록 스타일에 러시아 특유의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지녔다. 저항적이며 자유지향적인 노래로 소비에트 전역의 젊은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구소련에서는 '비틀즈'급 인기였다. 실제 지난 1990년 6월 모스크바국립경기장 공연에는 7만6000명이 팬들이 몰려 러시아 최대의 행사로 기록됐다.
그러나 빅토르 최는 1990년 8월 15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 근교에서 교통사고로 28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자유 러시아연방 탄생(1991년 12월 25일) 불과 16개월 전이었고, 또 하나의 모국 대한민국 공연을 불과 몇 개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빅토르 최는 사망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추모제가 매년 6월 21일(생일)과 8월 15일(기일) 두 차례 모스크바 예술의 거리 아르바트 거리 추모의 벽과 빅토르 최 제2의 고향이자 무덤이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다고.
'빅토르'란 이름으로 러시아 최고 영웅으로 떠오른 안현수와 구소련 전역의 감성을 흔들었던 빅토르 최가 묘하게 오버랩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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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