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왕가네' 파격 엔딩에 '오로라-개콘' 향기 솔솔 납니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2.17 07: 13

관심을 모았던 조성하의 선택은 결국 김희정이었다. 그러나 온전히 조성하와 김희정의 해피엔딩만을 그린 건 아니었다. 전부인인 오현경은 이들 부부와 막역지간이 됐고 30년 후에도 세 사람은 나란히 함께 했다. 주말 저녁 안방극장은 실소와 탄식으로 가득 찼다.
뿐만 아니다.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은 최종회 엔딩에서 30년 후 왕가네 온가족이 모인 장면을 연출했다. 많은 드라마들이 시간이 경과한 후 미래의 모습을 담는 엔딩을 그려왔다. 대개 1년 후 내지 전개상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일이 끝나고 난 후(주인공이 유학길에 올랐다가 돌아온다는 식의)의 이야기를 그리는 식이다. 하지만 '왕가네 식구들'은 역시 통이 컸다. 무려 30년 후 백발의 노인이 된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계심(나문희 분)의 나이는 대체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하기 어려운 상황. 왕봉(장용 분)과 앙금(김해숙 분) 부부 역시 폭삭 늙은 모습이었고 수박(오현경 분), 호박(이태란 분), 광박(이윤지 분) 등 세 자매와 그의 남편들 역시 백발성성한 나이가 됐다. 광박의 환갑잔치라는 설정을 통해 캐릭터들의 나이를 가늠할 만 했다.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근황을 밝히는 내용도 다소 억지스러웠지만 더욱 놀라운 건 민중(조성하 분)이 양 옆에 순정(김희정 분)과 수박을 끼고 앉아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앞서(그러니까 30년 전) 민중은 미호(윤송이 분)가 자신의 딸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떠나버린 순정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애써 민중을 피하던 순정은 "우리 애지 중지까지 잘 부탁한다.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냐. 애들 아빠가 다 죽어간다"며 찾아온 수박을 만나곤 결국 마음을 돌려 민중과 재회했다.
이후 가방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이태리 유학길에 오르는 수박의 이야기가 그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그려진 세 남녀의 관계는 석연치 않았다. 수박은 아이들과 전 남편을 포기하고 쿨하게 떠난 게 아니라 민중-순정 부부와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애지와 중지를 비롯해 미호까지 세 아이들을 민중-순정 부부가 함께 키우며 생활했고 수박은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반성의 말을 남긴 채 유학길을 떠났다. 물론 드라마라고 떼어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라 가정한다면 이 세 남녀의 관계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이 세 남녀는 30년이 지난 뒤에도 마치 일부다처제 속 사람들처럼 한 자리에 어울렸다. 엄연히 민중과 순정은 왕가네 가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광박의 환갑잔치라는 명목 하에 왕봉의 집에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고민중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수박과 순정은 마치 친자매나 다름 없는 사이처럼 보였다.
백발과 주름, 어설픈 분장부터 30년이 지났지만 그대로인 집안 배경 등 연출부터 흠잡을 데가 많았다. 우리 드라마에선 본 적 없는 30년 후 미래 엔딩도 파격을 넘어 당황스러웠다. 더불어 후반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던 민중과 두 여자(수박, 순정)의 관계에 대한 결말은 그간의 막장 시비에 종지부를 찍을 대박사건으로 남았다.
방송 후 상당 수의 시청자들은 막장 논란 속에 종영한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를 언급했다. 세 남녀의 관계가 '오로라 공주' 속 세 남녀 주인공들의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개그콘서트'에는 개그맨 박성광이 악덕 제작자 대표를 연기하는 막장 드라마 소재 코너 '시청률의 제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왕가네 식구들'은 이 풍자 가득한 개그 '시청률의 제왕'의 소재로 활용된다고 해도 손색없는 신기원의 드라마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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