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진짜가 아니란 건 안다. 단지 같은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패러디일 뿐이란 것을.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절대 악인 김종국과 메뚜기 요정 천송이(유재석 분)-꼬마 도민준(하하 분) 커플의 마지막 대결을 보는 순간, 긴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방송날이 아니어도 계속되는 드라마의 여운과 예능 프로그램 속 게임이 절묘하게 만나 한층 더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했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하 '런닝맨')에서는 아역 배우 김현수가 출연한 가운데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패러디한 '런닝 별에서 온 그대' 레이스가 펼쳐졌다.
이날 ‘런닝 별에서 온 그대’의 화려한 문을 연 것은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전지현 분)의 아역 김현수였다. 김현수는 400년 전을 배경으로 한 첫 번째 레이스에서 ‘런닝맨’ 멤버들이 찾아야 하는 옥비녀를 머리에 꽂은 어린 천송이로 깜짝 등장해 미션에 대한 힌트를 전달했다.
첫 번째 레이스의 승자는 유재석이였다. 유재석은 김종국, 김현수와 함께 가마를 찾아 가던 중 잽싸게 김종국의 호패를 빼앗아 무력하게 만들었다.
100년 전이라는 시간으로 건너 뛰어 온 두 번째 레이스에서는 책 치기가 진행됐다. 책 치기에서는 송지효가 승리를 거뒀고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서를 받아 미래에 대한 예언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다음 레이스에 절대 악인이 등장한다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세 번째 레이스에서는 몇몇 멤버들에게 드라마 속 배역이 주어졌다. 김현수의 추천에 따라 하하가 도민준, 유재석이 천송이, 김종국이 절대 악인 이재경의 역을 맡았고, 자신의 역할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 나머지 멤버들은 천송이와 도민준이 타고 떠나야하는 UFO의 열쇠를 찾기 시작했다.
누구든 열쇠를 가진 사람은 UFO를 타고 골드 행성으로 떠날 수 있는 것이 마지막 레이스의 법칙이었다. 멤버들은 일단 자신이 도민준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천송이 역을 맡은 유재석과의 드라마 재연을 통해 확인한 후 UFO 열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과정에서 지석진은 유재석과 함께 드라마 속 침대 키스를 재연하기도 했고, 하하와 유재석은 유명한 빙상 고백 신을 재연해 웃음을 줬다.
절대 악인 김종국의 활약 역시 돋보였다. 그는 드라마 속 이재경 못지않게 재빠르고 냉정한 모습으로 멤버들의 이름표를 뗐다.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반지 하나를 찾을 때마다 이름의 주인공을 탈락시키는 식이었다. 김종국의 활약으로 개리, 송지효 등이 탈락했다. 특히 김종국은 자신의 모습에 겁을 먹은 유재석과 하하에게 "너희 둘이 지금껏 살아있을 수 있던 이유는 내가 너희를 살려둬서야"라고 마치 이재경에게 빙의된 듯 완벽하게 대사를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결말은 천송이의 승이었다. 요원들의 힘을 빌리는 수동(?) 초능력을 가진 하하 마저 김종국에게 이름표를 빼앗기고 남은 사람은 연약한 천송이 유재석이였다. 그러나 김종국 잡기(?)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유재석은 빠른 손놀림으로 김종국의 이름표를 뜯어냈고, 홀로 UFO를 타고 골드 행성으로 떠나 금을 차지했다.
천송이와 도민준이 UFO를 타고 지구를 떠난다는 설정은 '별에서 온 그대'의 애청자들에게 결말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더불어 혹 천송이나 도민준이 레이스에서 지고, 악인 김종국이 UFO를 떠났다면 드라마 팬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도 있었다. 분명 다르다는 걸 알지만, 이상하게 몰입되는 '런닝맨' 패러디의 묘미가 한껏 발휘된 방송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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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