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하더라고요. 어떻게 말릴 수도 없고… 아마 플로리다 캠프의 선수들보다도 훈련량은 더 많았을 겁니다”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SK의 사이판 재활캠프를 인솔한 김경태 재활코치는 웃었다. 재활캠프의 ‘야수 3인방’에 대한 평가를 내려달라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처럼 이재원(27) 이명기(27) 한동민(25)의 밤낮을 잊은 스윙은 사이판 재활캠프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김 코치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세 선수는 각자 부상 때문에 SK의 플로리다 및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재원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투구에 손을 맞았다. 2년 연속 비슷한 부위에 부상을 입은 악재였다. 이명기는 지난해 5월 경기 중 다친 발등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아 재활캠프행 비행기를 탔다. 한동민은 지난해 막판부터 어깨가 말썽을 부렸다. 코칭스태프가 마지막까지 명단 포함 여부를 고려했으나 역시 플로리다로 가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출발이 늦다고도 볼 수 있다. 1군 선수들은 플로리다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는 오키나와에서 실전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그 기간 동안 사이판에서 재활에 몰두했다. 당분간은 오키나와 합류 계획이 없어 실전감각에서도 손해다. 경쟁자들이 치고 나가는 것을 멀찌감치서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들도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훈련량으로 시범경기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경쟁을 기다리고 있다.
재활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김 코치는 “타격 훈련을 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 실제 사이판에서도 타격 훈련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이재원은 손 부상이 거의 회복됐다. 셋 중 가장 페이스가 빠르다. 이명기도 의학적인 치료는 모두 마쳤다. 이제 발목 부위의 근력이 붙는 단계인데 속도가 가파르다. 한동민은 송구만 남아있다. 현재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 중 30m까지 소화했다.
훈련도 열성적이었다. 캠프 기간 중 좀처럼 방망이를 놓지 않았다. 하루에 1시간 반에서 2시간 동안 타격 연습을 했다. 훈련이 모두 끝난 뒤에는 호텔에서도 방망이를 휘둘렀다는 것이 김 코치의 설명이다. 김 코치는 “주어진 훈련량보다 더 많이 했다. 세 명밖에 없어 대기 시간이 짧다는 것을 생각하면 플로리다의 1군 선수들보다 타격 훈련량은 더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1군 캠프에 참여하지 못해 우려가 짙었지만 그 걱정을 지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정상적인 가세는 올해 SK 타선의 절대과제다. 이명기는 정근우가 빠져 나간 리드오프 자리에서 김강민과 경쟁한다. 워낙 맞히는 재질이 탁월하고 발이 빨라 충분히 3할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이재원과 한동민은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줄 적임자다. 이재원은 우타, 한동민은 좌타 요원으로 선배들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어 있다.
이들은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 SK 타선의 주역이 되어야 할 선수들이다. 이를 생각해도 정상적인 몸 상태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K 구단과 이만수 감독이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사이판 재활캠프에 보내 몸을 만들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역전홈런'을 노리고 있는 세 선수는 16일 SK의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광저우로 출국해 기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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