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이토록 다양한 색채로 기억되는 이가 또 있을까. 모델, 연기자, 가수로 영역을 넘나들며 총 천연색 빛을 발했던 박지윤이 많은 기억들을 고이 내려놓은 채 또 다시 새로운 것에 접근하기 위해 큰 심호흡을 했다.
단순 스펙트럼의 확장이 아닌, 가수로서의 도약을 위한 변화다. 앞서 윤종신 대표 프로듀서가 이끄는 미스틱89와 손을 잡고 첫 선을 보였던 '미스터(Mr.)'의 성공 후 불과 4개월 만에 새 앨범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를 들고 가요계 컴백한 박지윤을 최근 합정동에서 OSEN이 만나 신곡과 음악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미스터(Mr.)' 스타트는 굿…과정도 만족

미스틱89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10월 발매했던 '미스터'의 타이틀곡 '미스터리'는 음악 순위프로그램 1위 후보에도 오르는 등 공백기와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십분 좋은 결과를 일궈냈다.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놀랐다. '스타트가 좋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평을 받았다. 결과도 좋았지만, 과정에서 스스로 만족했기에 더 기분이 좋았다. 결과에 목맸다가는 오히려 거기에 좌지우지 될 때가 있는데, 그래서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신경쓰는 편이다."

타이틀곡 '미스터리'를 작곡했던 프라이머리가 표절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도마에 오르내리자, 박지윤 역시 직·간접적 여파에 휘말리고 직면했던 것도 사실. 박지윤은 프라이머리에 대한 말은 아꼈지만, 믿음에 대해선 큰 변화가 없었다.
"훌륭한 프로듀서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역량이 있는 만큼 지금의 힘든 시기를 거치고 나면 언젠가 다시 그걸 입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너 스페이스'는 박지윤의 겨울 프로젝트다. 윤종신과 미스틱89의 음악 연구소 팀89(TEAM89)가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다. 앞서 2013년 10월에 발매된 '미스터'가 가을 프로젝트였던 점을 떠올려 보면 당초 미스틱89에 승선해 1년동안 계절별 싱글을 발표하겠다는 박지윤의 프로젝트는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첫 컴백도, 이번에도, 꾸준하고 예측불가의 변화는 시도됐다.
"첫 취지는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겠다는 거다. 1년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1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앨범 활동이 끝날 때마다 예상지 못했던 내 모습에 대중들이 신선함을 느꼈으면 한다."
# 스스로 써내려간 박지윤의 정신세계는…
'미스터'에서 '이너 스페이스'로 넘어오면서, 음악적 변신 외에 박지윤 스스로가 작사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도 변화로 꼽힌다. 이번 앨범에 실린 '빕(Beep)'과 '나의 뇌구조' 2곡 모두 박지윤이 직접 가사 작업에 참여한 것. 물론 앞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던 경력을 되짚어 봤을 때는 당연한 과정일 수 있으나, 이전과 다른 '무언가'는 분명 존재했다.

"작사를 했지만 혼자 작업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솔직하고 대담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혼자 썼으면 결코 나오지 못할 어체나 단어들을 (윤)종신 오빠가 이끌어줬다. 세대를 포용할 수 있을 법한 위트나 재치를 넣었고, 사람들 마음에 쏙 들어오게 함축적인 가사로 풀어내 좋은 작품이 나왔다."
'이너 스페이스'에는 박지윤의 속마음이 담겼다. 앨범 타이틀처럼 스스로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탐험하는 콘셉트로 진행된 작사 작업은 솔직하고 대담한 그녀의 이야기를 꺼내놨기 때문. 너무 외로웠기에 사랑을 했고, 상처가 궁금해 이별을 했으며, 질투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미워했다는 고백도 스스럼 없다.
"대중들이 바라보는 박지윤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남들이 모르는 이야기, 나의 나쁜 부분도 솔직하게 적어볼까 하는 데서 이같은 작업이 시작됐다. 그 중에서 좁혀진 게 연애 이야기다. 이전에 썼던 내 가사들이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에 국한됐다면, 이건 좀 더 솔직한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심리가 잘 표현됐다."
'이너 스페이스'의 타이틀곡은 '빕(Beep)'은 경쾌한 레트로풍의 댄스곡으로 누구나 한 번 들으면 따라부를 수 있는 간결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가 특징이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거나 이별을 앞둘 때 느끼는 예감, 그리고 '삐' 소리로 처리된 욕설을 모두 중의적으로 '빕(Beep)'이라 표현했다.
"작곡가 분이 아무 뜻도 없이 붙여서 보냈던 'Beep'이라는 파일명이 결국 곡명이 됐다. 의미 없이 지어질 때가 좋을 때가 많은 데 이번이 바로 그랬다. 경고음, 알람음이라는 뜻에서 시작해 예감의 센서와 욕설 '삐' 처리로 발전했다."
# 1기, 2기, 그리고 3기 박지윤…성장(成長)
지난 1997년 로커스트의 곡을 리메이크한 '하늘색 꿈'으로 가수 데뷔 후 2003년까지 6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성인식', '난 남자야' 등이 히트치며 인기가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직접 프로듀싱한 7~8집 앨범은 호평받으며 박지윤을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이 전문 프로듀서에 의해 제작된 박지윤이었다면, 이후 정규 7~8집을 냈던 시기는 직접 프로듀싱한 음악들로 스스로의 색깔을 찾아가고 보여줬던 시기다. 지금? 혼자서는 보지 못하는 부분을 누군가와 같이 바라보고 조언도 듣고 있다.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아서, 앨범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앞서 두 시기와는 또 다르다. '3기 박지윤'이라는 말이 적절한 것 같다."
수동적으로 제작된 1기,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다잡은 2기, 그리고 누군가와 적극적으로 호흡하는 3기. 이는 분명 박지윤이 뮤지션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자양분이 될 게 분명했다. 숫자의 증가는 성장(成長)을 의미했다.
"20대때 '난 노래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자아를 찾고, 깨달았다. 오래도록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음악을 처음으로 만들었던 계기다. 그렇게 7~8집을 만들다 보니 내가 보지 못한 부분들을 알게 됐고 더 발전하고 싶다는 욕심에 프로듀서의 존재에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박지윤은 윤종신, 그리고 미스틱89와 한 배를 탔다. 그리고 지금은 이전 박지윤이 보여줬던 모습과는 또 다른 색깔의 음악들을 접하며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대에서 이런 화려한 옷을 입고 춤을 출 거라 상상 못했다. 내 고집스러움이 더 세지기 전에…참고로 난 아직은 포용하는 편이다.(웃음) 윤종신 오빠에게 박지윤이라는 사람을 맡겨 대중들과 호흡해 보자. 그게 바로 지금의 나다."
gato@osen.co.kr
미스틱89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