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는 주인공인 이지아, 엄지원에 대적할 수상한 그녀들이 있다. 바로 장희진과 손여은이다. 두 여배우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만나 능숙한 연기를 선보이며 강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이 드라마는 오은수(이지아 분)와 오현수(엄지원 분) 자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 축을 이루지만 조연인 이다미(장희진 분)와 채린(손여은 분)의 활약을 놓칠 수가 없는 작품이다. 오히려 주인공 자매의 사연보다 이다미와 채린의 사연에 눈길을 보내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재벌가 남자 김준구(하석진 분)와 몰래한 사랑으로 삶 자체가 뒤틀려버린 여자 이다미는 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현실에서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톱 여배우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자존심도 생계도 내팽개칠 만큼 저돌적이고 가련하기까지 한 여자다. 김준구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오은수와 결혼한 후 정신적으로 피폐한 삶을 살았지만 여전한 미련과 집착이 이다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급기야 김준구의 아내인 오은수와 대면하고 온갖 굴욕을 겪으면서도 김준구에게 처절히 매달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결국 술김에 다시 자신을 안아준 김준구와 하룻밤을 보내고도 벅찬 행복감에 "죽고 싶다"는 여자다. 이를 연기하는 장희진의 연기력이 범상치 않다.

그런가 하면 채린은 오은수의 전남편 정태원(송창의 분)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역시나 사랑을 갈구하고 안정을 희망하는 결핍된 삶을 살고 있다. 정태원은 모친의 반대로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했던 오은수에게 미련이 남은 채 결국 가족의 독촉으로 채린과 마음에 없는 결혼을 한 남자다. 그 역시 불쌍하긴 마찬가지지만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남자에게 해바라기 사랑을 하고 있는 채린도 가엾다.
부유한 집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채린은 그저 순정 하나만으로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을 거란 착각을 했다. 역시나 착각이었고 시들한 남편과 그의 아이 슬기(김지영 분) 사이에서 고부갈등까지 겹치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조차 무엇이 최선인지 알 길 없는 채린의 속은 썩어문드러지고 있지만 딱히 방법은 없다. 그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다. 다소 철딱서니 없으면서도 유약한 채린 캐릭터를 연기하는 손여은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느낌.
장희진과 손여은은 모두 상당한 연기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10년 넘게 수많은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한 배우들이다.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주연이기보다 그들과 갈등을 유발하거나 때론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 살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오은수 역의 이지아와 각기 다른 실타래로 엮인 캐릭터들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자칫 조연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던 역할들을 더 궁금하고 눈에 띄게 만든 건 이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공이 크다.
물론 이들의 캐릭터를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드려낸 김수현 작가의 필력도 필력이지만 뻔한 조연이 도드라지게 된 데는 두 배우의 내공이 작용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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