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야 치우고 (훈련)하면 되죠.”
지난 15일 새벽 일본 도쿄에 40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온통 눈밭으로 변했다. 도쿄 인근에 위치한 광주FC 전지훈련 장소(시즈오카)도 이러한 폭설을 피해가진 못 했다.
운동장은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눈으로 뒤덮여 있어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폭설도 광주 선수단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점심식사를 하던 남기일 감독대행은 “눈도 그쳤는데 나가서 (훈련)할까? 한쪽만 조금 쓸어내면 7대2 2개조로 패싱게임은 가능 할 것 같은데”라며 코칭스태프들에게 농담처럼 웃으며 말했다.
놀라운 것은 코칭스태프들의 반응이다. 코칭스태프들은 “아 정말 그럴까요?”라며 곧바로 제설도구를 준비했다. 김영철 수석코치를 비롯해 알베스 골키퍼코치, 카를로스 피지컬코치와 트레이너·분석관·통역·주무 등 모든 코칭스태프가 축구장에 총 출동했다.
이 뿐만 아니다. 남기일 감독까지 축구장에 직접 나와 축구공 대신 눈삽을 들었다. 이곳에 전지훈련을 와있는 일본 프로선수들은 이 모습을 보고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금세 치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던 눈은 쉽사리 치워지지 않았다. 눈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안보였고 코칭스태프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이 흘러 내렸다. 그러던 중 주장 이완을 비롯해 팀내 최고참급인 최성환과 전준형, 김민수, 여름 등 선수들이 갑자기 하나 둘씩 나와 돕겠다고 나섰다.
프로 선수들은 몸이 재산이다. 선수들이 혹여나 부상을 당하지 않을 까 노심초사한 남 감독은 “선수들은 빨리 안으로 들어가서 쉬고 있어!”라고 소리쳤지만 선수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수들은 “같이 빨리 치우고 훈련 해야죠”라며 눈을 쓸어냈다. 전준형은 “운동이라고 생각하면서 해야지”라고 혼잣말을 하더니 “하나 둘, 하나 둘”을 외치며 눈삽을 들고 눈을 퍼냈다.
이렇게 힘을 합쳐 눈을 퍼낸 지 3시간이 흘러 운동장 한쪽에 작지만 넓은 훈련 공간이 생겼다. 선수들의 입에서는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처럼 똘똘 뭉친 광주FC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열정으로 폭설이 내린 시즈오카 전지훈련장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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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