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4강행은 좌절됐지만 4년 뒤 평창에서의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맏언니' 신미성(36)을 비롯해 김지선(28), 이슬비(26), 김은지(25), 엄민지(23, 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여자 컬링대표팀(세계랭킹 10위)은 17일(한국시간) 오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 올림픽 컬링 여자 라운드 로빈 세션 11 미국(세계랭킹 7위)과 경기서 11-2로 완승을 거뒀다. 미국은 7엔드를 마친 뒤 기권을 선언했다.
앞서 덴마크에 패하며 사실상 4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이날 가진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이번 대회서 치른 7번의 경기를 모두 포함하더라도 가장 뛰어났을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이었다.

첫 올림픽 출전인 만큼 이전까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4강 진출에 대한 부담감도 커져갔다. 승부처마다 실수를 연발하며 고배를 마신 까닭이다.
특히 영국전 역전패는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미국전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긴장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내려놓자 무서울 정도의 기량을 뽐냈다. 테이크아웃을 겨냥한 투구는 백발백중이었다. 또 상대 가드를 절묘하게 피해 원하는 곳에 정확히 스톤을 올려놓았다. 한국의 놀라운 기량 앞에 미국은 속수무책이었다.
기대하던 4강 진출은 좌절됐다. 이미 캐나다에 이어 2위 스웨덴까지 6승 2패로 준결승행이 확정된 상황에서 한국의 4강 진출 경우의 수는 막혔다. 현재까지 4승인 중국과 스위스는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어 둘 중 한 팀은 무조건 5승이 된다. 따라서 한국은 나머지 팀들이 5승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국에 의해 마지막 희망은 사라졌다. 라운드 로빈 세션 11이 있기 전까지 4승 3패였던 영국은 이날 개최국 러시아를 9-6으로 꺾고 5승째를 챙겼다. 이로써 4강은 캐나다, 스웨덴, 영국, 그리고 중국과 스위스전 승자로 모두 채워지게 됐다.
아쉽지만 지금 거둔 성과만으로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10개 국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다. 국내 컬링 전용경기장이 단 2개일 정도로 가진 환경도 열악하다. 선수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지원도 상위 국가들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하지만 태극 낭자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였다. 올림픽 첫 출전에 일본(세계랭킹 9위)과 '개최국' 러시아(세계랭킹 8위)를 꺾은 데 이어 미국도 잡았다. 미국은 비록 이번 대회서 1승 8패로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세계 7위의 강호다. 또 앞선 2경기서 세계최강 캐나다와 스웨덴에 1점 차로 석패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진 팀이었다.
그런 미국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한국의 성과는 기적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해 지금보다 나은 환경과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도 내심 기대가 된다.
소치올림픽을 통해 4강 좌절이 아닌 평창에서의 희망을 봤다. 벌써부터 4년 뒤 그려질 장밋빛 미래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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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