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능의 법칙’에서 골드미스 신혜 역을 맡은 배우 엄정화는 자신의 파트너, 배우 이재윤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언뜻 봤을 땐 강한 남자의 모습인데 안에는 한 명의 애기가 들어있다고. 악하면서도 선한 얼굴이고 진지하면서도 개구쟁이 기질이 있다고 했다.
날씨가 풀려 포근한 느낌까지 주는 어느 날, 종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재윤을 만나니 엄정화의 평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눈이 마주쳐 간단하게 인사를 나눌 땐 큰 덩치와 각진 얼굴이 카리스마를 내뿜었지만 이제 마지막 인터뷰라며 씨익 웃어보이는 그의 얼굴에선 선함과 장난기가 동시에 묻어 있었다. 또 인터뷰 내내 진지하게 답을 하다가도 농담을 던지며 반응을 살피는 모습에서도 마찬가지.
엄정화가 본인을 이렇게 평했다며 ‘관능의 법칙’ 상대배우로 추천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오는 게 있다면 가는 게 있다고, 이재윤 역시 엄정화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늘어놨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줘 조금은 편했다는 그는 함께 연기를 하며 괜히 ‘엄정화, 엄정화’ 하는 게 아님을 느꼈다고 했다.

“처음엔 좀 어려웠는데 마음을 열고 다가와주셔서 감사했어요. 되게 조언을 잘 해주세요. 디테일한 표정까지 조언해주시더라고요. 시선 하나하나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하니까 좋게 나오더라고요. 저도 공감했던 조언들이 많아요. 사소한 것들이지만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팁을 줘서 역시 엄정화는 다르구나, 괜히 ‘엄정화, 엄정화’ 하는 게 아니구나를 느꼈어요.”
그에게 ‘관능의 법칙’은 또 하나의 배움이었다. 파트너이자 선배배우 엄정화를 통해 많은 걸 배운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며 자신의 폭을 넓혀갈 수 있었다. 조민수, 문소리, 엄정화 등과 함께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베드신을 처음 경험했다. 배우로서 평생 하지 않을 수도, 못할 수도 있는 연기지만 그는 이 연기로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까지 계산하는 법을 배웠다.

“베드신은 처음 경험해 본 거에요. 이게 연기니까 그래도 하나하나 계산을 다 해야 하더라고요. 실제처럼 보여야 되는 것도 있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거니까 이 앵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줘야 되기 때문에 계산을 해야 하죠. 옷을 벗는데 어디부터 벗고 어디부터 벗기고 이런 것들을 감독님, 엄정화 선배와 많이 상의했어요. 비하인드 스토리 알려드릴까요? 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급한데 시계를 풀 수 있을까 싶어 시계는 안 풀었고 그래도 양말은 벗을 것 같아서 양말은 벗었죠(웃음).”
작품 하나를 할 때마다 많은 것을 얻는다는 그를 보며 문득 그가 앞으로 만날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과연 이재윤은 또 어떤 작품을 만나 얼마만큼의 성장을 해낼 것인가. 좋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하니 자기 자신도 다음에 어떤 작품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설렌단다.
“배역에 대한 욕심이 많고 아직 젊으니까 다 해보고 싶어요. 욕심이 막 나요. 올해 어떤 작품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요. 저는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근에 최민식 선배가 전면에 나온 영화 ‘명량:회오리바다’ 포스터를 보고 ‘와, 이거 보고싶다’ 생각을 했어요. 최민식 선배가 나오니까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사람 나오는 거 한 번 더 보고싶다’ 이런 배우요. 이번 ‘관능의 법칙’을 통해 그런 생각이 든다면 성공한 거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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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