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쇼트트랙계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안으로는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고, 밖에서는 소치에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을 떠나 러시아로 간 안현수(29, 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승승장구하고 있어 한국 쇼트트랙은 점점 더 초라해지고 있다.
2010 밴쿠버 올림픽부터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이 나오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는 쇼트트랙이 한국의 동계올림픽을 대표하는 종목이었다. 그간 한국에서 동계종목이라 하면 쇼트트랙과 그 외 종목으로 분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역대 동계올림픽에서의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쇼트트랙은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밴쿠버 대회까지 매번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2006 토리노 대회에서는 남녀 에이스였던 안현수와 진선유가 각각 3관왕을 달성하며 6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쇼트트랙 외 다른 종목에서는 4년 전 밴쿠버에서 모태범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해 따낸 금메달이 최초였다.

하지만 소치에서는 남녀 통틀어 8개 종목 중 4개 종목을 마친 가운데 아직 금메달이 나오지 않고 있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 이후 2002 솔트레이크 대회에서는 남자 선수, 2010 밴쿠버 대회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금메달이 없었지만, 남녀 모두가 노골드에 시달린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2002년에는 기량 문제보다는 아닌 석연찮은 판정이 김동성의 금메달을 앗아간 면이 컸다.
최근에는 성적 지상주의를 지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모두가 예전처럼 금메달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어떠하든 가장 금메달에 목말라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선수들일 것이다.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인 심석희(17, 세화여고)가 1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죄송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괜찮다고 말해도 정작 선수들은 괜찮을 수가 없다. 4년 혹은 그 이상을 준비해왔고, 쇼트트랙계의 뒤숭숭한 분위기까지 대표팀 안팎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금메달이라는 것을 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 4년 넘게 준비한 중요한 시험에서 당사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은 어쩌면 본인의 일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종목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20년 이상 이어졌던 금맥이 자신의 시대에서 끝나는 것은 어떤 선수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첫 4개 종목에서 자존심을 구겼던 쇼트트랙 대표팀이 남은 4개 종목에서 금메달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 일이다.
nick@osen.co.kr
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