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성주는 소치에 머무르며 경험한 많은 것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한국에 잠깐 들러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어디가?’의 녹화를 막 마친 그는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소치로 다시 출국을 해야 했다. 타고난 아나운서이자 자상한 아빠, 김성주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의 MBC 캐스터로 활약하며 겪었던 경험담과 앞으로 있을 경기에 대한 관전 포인트, 아들 민율이의 반응 등을 특유의 맛깔스런 톤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듣는 이들의 흥미를 끌었다.
“웬만한 수준이 안 되는 분이면 피겨스케이팅 점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거예요. 평소에 김연아 선수가 몇 점이 나오고, 잘 했는지 못했는지, ‘이 정도면 이길 수 있겠다’, ‘어렵겠다’ 분위기만 알려드리면 나머지는 전문가들이 평가하시겠죠. 그 정도의 가이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척을 할수록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
김성주는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의 경기 중계를 위해 많은 연구를 한 듯 했다. 그는 “김연아 선수가 자기 실력만 보여주면 우승을 한다”면서도 “예술 점수는 심사위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같다. 러시아 리프니츠카야 선수의 경우 홈경기다”라고 말하며 우려가 되는 점을 털어 놨다. 워낙 열광적인 러시아의 분위기에 대한 걱정이었다.

“리프니츠카야 선수는 보니 ‘쉰들러 리스트’ 음악에 맞춰서 하고 김연아 선수는 탱고에 맞춰서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유럽 사람들에게 ‘쉰들러 리스트’의 의미가 어떤 것일까? 유럽의 감성을 자극하는 편곡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런 부분이 기술 점수는 몰라도 예술 점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에서 점수가 많이 나오면 홈그라운드라 억지를 부린다는 게 아니라, 그런 게 심판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거 같아요. (생략) 다행히 저와 함께 해설위원을 하시는 손세원 해설위원님이 현직 ISU(국제빙상연맹)의 심판을 하고 계신 분인데 심판의 눈으로 정확히 봐 주실 것 같아요. 점수가 분위기에 휩쓸리는지, 혹은 억울한 게 있는지 억울하다면 저희가 짚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김성주는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경기에 많은 국민의 눈이 쏠려 있다는 것을 의식, 혹시나 있을지 모를 홈그라운드의 이점,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을 중계석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5000만 국민을 대표하는 한 개의 방송사, 그 방송사를 대표하는 캐스터와 해설자로 앉아 있어요. 캐스터만 보면 각사의 3명이 국민을 대표해서 하는 건데 ‘소신을 갖고 중계방송 해 달라’ 그런 부탁을 들었어요. 김연아 선수가 잘하겠지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을 인정하고 마지막 대회, 살아있는 전설이 되는 순간, 그 때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도 있는 것 같아요. 셋으로 뽑혀 중계석에 앉은 의무감이 있어요.”
같은 시기 소치는 김성주 외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하며 친분을 쌓아온 개그맨 이경규, 강호동이 각각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 녹화 차 방문했다. 이경규에 대해 “후배들에게 시시콜콜 자신의 일정을 말해주는 분이 아니다. 소치에 오시는 것도 ‘힐링캠프’ 작가들에게 들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그는 이상화 선수가 진출했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캐스터인 자신과 함께 타 방송사에서 특별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강호동에 대해서도 “강호동의 힘을 느꼈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호동이 형이 중계하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어요. 어떤 면에서 놀랐냐면 부담이 확 됐어요. (중략) 500M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해설위원으로 참석한 호동이 형의 멘트를 유심히 들었어요.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저라도 각 사 중계방송에서 KBS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게 강호동의 힘이라는 걸 느꼈어요. 저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할까가 궁금한 거예요. 기자 분들이 기사를 쓰신 것들을 보니까, KBS가 시청률에서 이겼는데 '강호동의 힘'이라고 표현하시던데요. '호동이 형을 이겨야 하구나' 싶었어요.“
오로지 강호동을 뛰어 넘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던 덕분일까? 중계방송 시청률은 김성주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김성주가 진행했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는 전국 기준 18.6%를 기록, 동시간대 강호동이 특별해설위원으로 참석한 KBS 경기 중계(16.1%)를 2.5%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요즘 아빠 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차남 민율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일밤-아빠!어디가’ 촬영 역시 민율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다는 그는 “민율이가 아빠가 방송하는 걸 보고 흉내를 내더라”며 방송에 의외의 눈썰미를 보이는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이 전 ‘아빠!어디가?’ 촬영 때 민율이가 “짜릿하게 놀아보자” 이런 말을 썼어요. 이걸 어디서 배웠을까 했는데 제가 광고를 한 걸 보고 적재적소에서 그 표현 쓰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같이 여행을 갔을 때 강에서 ‘뭐가 될거야?’ 했더니 경찰서가 되고 싶다던가? 소방서가 되고 싶다던가? 그랬어요. 그래서 ‘민율이 아빠처럼 TV 나와서 그런 거 하고 싶지 않아?’ 했더니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날씨래요. 날씨가 인상적이었나봐요. 기상 캐스터 흉내를 냈더라고요.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어딥니다’(웃음).“
그가 전한 소치 생활은 한마디로 수용소 느낌이다. 넓은 들판에 호텔 12동이 지어져 있고, 그 밖엔 울타리가 있어 경호원들이 24시간 경호를 해준다. 치안이 취약한 소치의 사정상 경호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배려 방안이다.
“안전에 대해 지켜주는 부분이 고마워요. 미디어 밸리에서 같이 아침만 주는데 뷔페가 매일매일 똑같아요. 메뉴가 변하지 않고 사육하듯이 줘요. 생선이 많고 햄이 있고, 오트밀이라는 걸 우유에 타서 주는데 이유식 같은 느낌이에요. 그걸 안 먹을 수 없어요.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거든요. 셔틀 버스를 타고 경기장 가고 다시 돌아와 미디어 밸리에서 자고 하는 생활 때문에 많이 우울해지더라고요. 지금 들어갈 때는 다양하게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는 경기장 지하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매일 햄버거를 먹으며 한 끼를 때우는 것이나 러시아 국내선을 타고 모스크바에 안전하게 도착했을 때 모든 승객들이 박수를 쳤던 경험, 큰 개가 많은 소치의 주변 환경, 지갑을 잃어버렸던 일화, 화장실에 욕조나 샤워 시설이 랜덤으로(?) 들어가 있는 것만 빼면 좋은 수준의 숙소 등에 대해 재치 있게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미 한 차례 화제가 된 이규혁 선수가 출전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경기에서 눈물을 보였던 사연 역시 풀어놨다.
“중계방송에서 우는 건 유치하다 생각했어요. 캐스터는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니까요. 일방 적으로 편 들어주는 건 캐스터의 덕목이 아니에요. 그런데 해설자 손세원 감독이 시골 아저씨 같고 세련되지 못하고 좀 투박해요. 그런 시골 아저씨 같은 분이 돌아보니 손으로 눈물을 닦는 걸 보고 아, 거기까지는 눈물을 참을 수 있었는데…(생략)”
김성주가 눈물을 흘렸던 것은 경기가 끝난 후 이규혁 선수가 중계석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스승에게 건넨 손 인사 때문이었다. 손세원 해설위원은 그날 아침 식사를 하며 제자인 이규혁 선수와 통화를 했는데 1000M를 남겨두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짠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던 터였다.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정은 김성주에게 감동을 줬다. 그는 “가장 빈틈이 많았던 그런 방송”이라면서도 그 때의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여운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김성주는 마지막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MBC에서 캐스터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까 말씀드린 대로 나는 하고 싶다"라고 경기 중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스포츠에는 특수성이 있어요. (중략) 제 목소리는 어느새 MBC 캐스터의 목소리가 됐어요. 다른 분야는 몰라도 스포츠는 MBC에서만 할 것 같아요. 이것은 거의 99%입니다. 제 목소리가 다른 채널에서 나가면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또 MBC에서 오랫동안 중계를 했었기 때문에 MBC 동료 선·후배가 주는 편안함이 있어요. 세상이 발달해서 카카오톡을 무음으로 놓고 방송을 하는데요, 그러다 한번씩 확인하면 스포츠국 PD를 비롯한 선·후배들이 개인의 소견이나 필요한 정보를 올려주고는 해요. 그걸 즉석에서 중계에 활용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프리랜서지만 덜 외로운 게 있죠."
한편 김성주는 지난 15일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어디가?'의 촬영을 위해 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최지 러시아 소치에서 일시 귀국했다. 녹화를 마친 그는 18일 오전 다시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경기 중계를 위해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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