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女 쇼트트랙, 4년 만에 '밴쿠버 아픔' 털어냈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2.18 20: 12

첫 금메달의 감격, 그러나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따낸 3000m 계주 금메달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밴쿠버의 아픔'을 기억하는 여자 대표팀은 4년 만에 아픔을 씻어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해리(28, 고양시청) 박승희(22, 화성시청) 심석희(17, 세화여고) 김아랑(19, 전주제일고)이 이어달린 한국은 마지막까지 중국과 경쟁했지만 2바퀴를 남겨놓고 심석희가 역주하며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쇼트트랙이 따낸 첫번째 금메달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에 있어 지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은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대회다. '노골드' 충격이 대표팀을 덮쳤고,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노골드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3000m 계주만을 남겨둔 상황. 무난히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이를 악물고 중국에 앞서 결승선을 통과, 1위를 차지하며 첫 금메달을 수확하는 듯 했다.

당시 마지막 주자였던 조해리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선수들은 태극기를 펼쳐들고 링크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펄럭이는 태극기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선수들은 잠시 후 억울함과 당혹의 눈물을 흘려야했다.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으로 금메달이 중국에 돌아간 것. 눈 뜨고 금메달을 빼앗긴 한국은 격렬히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조해리와 박승희는 바로 그 '밴쿠버의 아픔'을 몸소 겪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밴쿠버를 경험하지 못한 심석희, 김아랑, 공상정도 뜻은 하나였다. 이들이 품은 뜻은 하나였다.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까지 이어진 계주 금메달의 끊어진 금맥을 잇고, 극도의 부진과 '안현수 쇼크'에 빠진 쇼트트랙을 회생시키는 것이다.
밴쿠버의 아픔을 털어내기 위한 이들의 역주는 다시 한 번 찬란한 금메달로 보답받았다. 이들이 목에 건 금메달은, 그것이 금메달이기 때문에 값진 것이 아니라 밴쿠버의 아픔을 털고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회복했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고, 월드컵 시리즈에서 번번이 중국을 꺾고 최강의 자리에 복귀한 이들은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최강임을 재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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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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