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22, 화성시청)가 또 한 번 울었다. 같은 눈물이었지만, 그 눈물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달랐다. 500m 동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린 박승희는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고 태극기를 흔들며 눈물을 쏟아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해리(28, 고양시청) 박승희(22, 화성시청) 심석희(17, 세화여고) 김아랑(19, 전주제일고)이 이어달린 한국은 마지막까지 중국과 경쟁했지만 2바퀴를 남겨놓고 심석희가 역주하며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쇼트트랙이 따낸 첫번째 금메달이었다.
안팎으로 힘든 일이 너무나 많았던 한국 쇼트트랙이었기에 계주 금메달을 따낸 대표팀은 모두 울먹이는 표정이었다. 그 중에서도 맏언니 조해리와 밴쿠버 당시 막내였던 박승희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노골드' 사태를 겪은 이들은 3000m 계주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겨 눈물을 흘려야했던 당시의 아픔을 이날 씻어냈다.

박승희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박승희는 앞서 열린 500m 경기서 홀로 결승에 올라 선두를 유지하며 달리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에 밀려 넘어지면서 금메달의 꿈을 놓쳤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달리다 또 한 번 고꾸라지는 '오뚝이' 모습으로 전국민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린 박승희는 놓친 금메달과 그 때 당한 부상으로 포기해야했던 1500m의 아픔까지 한꺼번에 보상받았다.
흐르는 눈물은 같은 모습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도 감동도 전혀 다른 것이었다. 태극기를 펼치고 환하게 웃는 박승희, 그리고 대표팀의 모습은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가장 보고 싶어했던 태극소녀들의 미소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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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