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정,태극기 들고 우는 박승희 위로'
OSEN 손용호 기자
발행 2014.02.18 22: 16

결승전에 나서지 못한 공상정(18, 유봉여고)은 스케이트를 신고 펜스 너머에서 언니들과 동생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만의 하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집중해서 경기를 지켜보던 공상정은 심석희(17, 세화여고)의 발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다섯 번째 주자' 공상정이 또 한 명의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해리(28, 고양시청) 박승희(22, 화성시청) 심석희(17, 세화여고) 김아랑(19, 전주제일고)이 이어달린 한국은 마지막까지 중국과 경쟁했지만 2바퀴를 남겨놓고 심석희가 역주하며 값진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쇼트트랙이 따낸 첫번째 금메달이었다.
준결승에서 김아랑 대신 레이스에 나선 공상정은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한국의 결승 진출에 이바지했다. 처음 다는 태극마크였고, 계주에만 나설 수 있었지만 공상정에게는 그 단 한 경기가 결코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500m와 1000m, 1500m를 싹쓸이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했지만 국적 문제 때문에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하고 속만 끓였던 지난 날들의 아픔을 한 번에 보상받은 경기였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공상정의 국적은 대만이었다. 대만 국적의 화교 3세인 공상정은 국적 때문에 원하는 만큼 스케이트를 탈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많이 울고 힘들어했다. 그러나 2011년 12월, 마침내 귀화해 한국 국적으로 세계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팀의 다섯 번째 주자로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더해 조직력이 갖춰져야 우승할 수 있는 종목이 바로 계주다. 4명이 뛰는 레이스지만 한 명의 후보선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김아랑과 그 역할을 나눠 맡으며, 욕심을 억누르고 팀을 위한 희생으로 금메달까지 가는 길을 닦은 공상정이 시상대 위에서 보인 환한 미소는 아름답고 반가운 것이었다./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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