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진출이 확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발도 히메네스라는 거물급 FA 선수가 자신의 뒤를 따라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윤석민(28)으로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결국 남은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윤석민의 MLB 출발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볼티모어 지역 언론들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벅 쇼월터 감독이 내일 히메네스의 투구를 지켜보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4년 총액 5000만 달러(약 533억 원)의 계약 소식이 알려진 히메네스는 19일 볼티모어의 피지컬 테스트를 받는다. 구단은 이 결과를 20일 공개하겠다는 방침인데 쇼월터 감독이 선수를 친 셈이다. 현지 언론들은 “히메네스의 테스트 결과가 긍정적이라는 증거”라며 입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당장 히메네스와 더블A 시절 같이 뛰었던 미겔 곤살레스 등 동료 투수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팀 전력을 강화시켜줄 적임자로 평가받는 까닭이다. 물론 히메네스가 꾸준히 리그를 지배했던 투수는 아니다. 부침이 심했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기에 맹활약하며 13승9패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는 등 메이저리그 통산 82승을 거뒀다. 볼티모어 선발 투수 중에는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당초 볼티모어 선발진에서 자리를 보장받을 만한 선수는 세 명이었다. 지난해 에이스 몫을 한 크리스 틸먼, 현지 언론으로부터 과소평가됐다는 호평을 듣는 미겔 곤살레스, 그리고 2012년 뛰어난 활약을 펼친 천웨인이다. 윤석민은 버드 노리스, 잭 브리튼, 케빈 거스먼, 알프레도 아세베스 등과 4·5선발을 놓고 경쟁할 전망이었다. 그런데 히메네스의 영입으로 문이 더 좁아졌다. 재활에 힘쓰고 있는 딜런 버디 등 유망주 투수들까지 생각하면 경쟁률이 꽤 세다.
여기에 윤석민은 상황도 불리하다. 계약이 늦어지는 바람에 스프링캠프 합류가 늦었던 탓이다. 히메네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이미 히메네스는 보여준 것이 많은 투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자발급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볼티모어 구단 측에서 발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2월 말 시작될 시범경기에 맞춰 대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자가 없어도 훈련이나 연습경기 출전은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시범경기에는 뛸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스프링캠프에 돌입해 벅 쇼월터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두 차례 이상 불펜피칭을 했다. 윤석민으로서는 이들을 추월해 시범경기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윤석민이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취업비자 발급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공식 입단식 전에는 그라운드로 나와 전력으로 러닝을 하고 가벼운 캐치볼을 소화했다.
다만 부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윤석민은 겨우 내내 미국에서 충실히 훈련을 소화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몸 상태는 좋다.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장 불펜피칭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다. 결국 20일부터 시작될 훈련부터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시범경기 때 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개막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당차게 도전을 선언한 윤석민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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