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택을 받은 박주영(29, 왓포드)이 스승의 믿음에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6일 그리스와 평가전에 나설 24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이 앞서 공언했듯 유럽파를 포함한 최정예 멤버를 모두 호출했다.
화두는 박주영이었다. '뛸 수 있는 팀으로 옮기라'는 홍 감독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박주영은 올 겨울 이적시장 폐장 직전 극적으로 왓포드로 임대 이적했다. 이적 후 이틀 만에 후반 교체 출전해 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장밋빛 미래가 그려지는 듯했다. 하지만 경미한 무릎 부상으로 다음 경기서 결장한 뒤 3경기 연속 대기명단에 머물렀다.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홍 감독은 결국 '애제자' 박주영을 품었다. 홍 감독은 "그간 기준과 다른 결정이지만 그리스전이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스스로 만들어놓은 '원칙'을 깨고 박주영을 불러들였다. 그만큼 포기할 수 없는 카드였고, 절실했다.
원칙은 깼지만 이유는 명확했다. 그리스전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 직전 치르는 대표팀의 마지막 시험무대다. 시간이 없었다. 박주영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는 홍 감독의 말처럼 그리스전이 유일했다.
이유는 또 있다. 홍명보호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스트라이커 부재와 경험 부족이다. 홍명보호는 브라질-미국으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을 통해 공격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김신욱과 이근호 등이 시험무대에 올랐지만 100%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다. 경험 부족도 여실히 드러났다. 박주영 카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히든 카드다. 물론 박주영의 경기력이 올라온다는 전제하에서다.
홍 감독은 이날 "박주영의 실전 감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박주영과 통화를 했는데 지금 컨디션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어떤 선수보다 의지가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면서 "물론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지금 당장 말할 수 없다. 3월과 4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모르지만 한 번 점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라고 선발 배경을 밝혔다.
이제 박주영은 다시 한 번 스승의 믿음에 보답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 때도 병역논란에 휩싸였던 박주영을 불러들였던 홍 감독이다. 당시 박주영은 스위스와 조별리그 3차전 헤딩 선제골, 일본과 동메달결정전 결승골로 화답하며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한 획을 그었다.
당장 그리스와 평가전이 아니어도 된다. 왓포드는 오는 23일 이청용이 속한 볼튼과 잉글랜드 챔피언십 원정 경기를 벌인다. 홍 감독을 비롯해 한국 축구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중요한 경기다. 선발 출전과 공격포인트가 굳이 아니어도 된다. 단 1분의 출전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몸상태가 문제 없음을 보여주면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박주영의 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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