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피겨여왕’ 김연아(24)가 불구하고 무결점 클린 연기로 꾸준히 제기된 빙질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연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서 기술점수(TES) 39.03점 예술점수(PCS)35.89점을 받아 총점 74.92점을 기록, 현재 1위에 올라있다. 강력한 도전자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러시아) 아사다 마오(24, 일본)이 마지막 5조에서 연기를 펼치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쇼트프로그램곡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럿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공식연습에서 시도한 47번의 점프 중 단 3번만을 실수했을 정도로 완벽한 점프 컨디션을 자랑한 김연아는 이어 시도한 트리플 플립도 실수 없이 깨끗하게 빙판에 내려섰다.

마지막 점프 과제인 더블 악셀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한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과 스텝 시퀀스도 실전에서 화려하게 공개, 특유의 풍부한 표정연기와 함께 애절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스텝 시퀀스에 이어 체인징 풋 컴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는 최근 빙질 논란에 휩싸였다. 넘어지는 선수가 속출하면서 빙질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 특히 앞서 경기를 치른 남자 싱글 경기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한 하뉴 유즈루(20, 일본)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힌 ‘베테랑’ 패트릭 챈(24, 캐나다) 등 정상급 선수들이 연달아 엉덩방아를 찧으며 메달 레이스의 판도가 바뀌는 상황도 일어났다.
피겨스케이팅과 함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를 사용하는 쇼트트랙에서도 유난히 넘어지는 선수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찰스 해믈린(30, 캐나다)이다. 2010 밴쿠버동게올림픽 500m 금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대회 1500m 금메달리스트인 해믈린은 남자 1000m에 이어 500m서도 얼음에 날이 걸려 넘어지며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다.
선수들도 불만이 많았다. 쇼트트랙 여자 500m 동메달리스트 박승희(22, 화성시청)는 “얼음이 너무 깊게 패여 스케이트날이 잘 걸려 선수들이 넘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피겨스케이팅의 박소연(17, 신목고)도 “메인링크에서 스피드가 잘 나지 않는다. 컴비네이션 점프를 뛸 때 특히 불편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빙질이 나쁘지는 않다”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던 김연아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실수 없이 점프를 뛰어내며 여왕의 클래스를 보였다. 수많은 국제대회에 나서며 여러 곳의 빙질을 경험해보고, 어느 장소에서나 어려움에 굽히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펼쳐보인 여왕의 관록이 발휘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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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