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화두는 경쟁이다. 매년 이맘때 경쟁이 화두가 아닌 팀은 없지만 올해 한화는 진짜 경쟁다운 경쟁을 하고 있다. FA 정근우·이용규, 예비역 김회성, 외국인선수 펠릭스 피에의 가세에 따라 제대로 된 경쟁 체제가 구축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은 역시 기존 선수들이다. 지난 몇 년간 주전급으로 뛴 기존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들었다. 당장 주전으로 뛰어온 내야수 한상훈·이대수 외야수 고동진·정현석·이양기 등의 자리가 불확실해졌다. 지명타자 김태완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하지만 경쟁을 받아들이는 한화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경쟁을 통해 스스로 발전할수 있는 기회로 삼고, 팀 전력 강화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한상훈이 대표적인 선수. 그는 지난 한화 부동의 주전 2루수였고,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FA 재계약도 맺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의 영입으로 주전 자리를 빼앗겼다. 캠프에서는 유격수 연습까지 하며 겸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팀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주전 자리를 내줘야 하게 된 만큼 심리적인 박탈감이 클 법도 하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한상훈은 "내가 주전으로 뛰어서 팀 전력이 약한 게 아닌가 싶었다. 팀이 강해질 수 있다면 기분 좋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주전이 아니기에 한 타석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김성한 수석도 "한상훈이 여유가 많이 생겼다. 팀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훈 뿐만이 아니다. 주장을 맡고 있는 고동진은 이용규와 피에 가세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경쟁을 즐기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서 행복하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고, 경쟁을 통해 나와 팀 모두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고동진의 말. 한상훈과 고동진 같은 고참급 선수들이 먼저 열린 마음으로 경쟁 받아들이며 혹시 모를 위화감이나 심리적 박탈감이 해소되고 있다.
역시 FA 계약을 통해 한화에 남은 이대수도 "(김)회성이가 가세하며 자극을 받고 있다. 회성이와 경쟁으로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나도 더 잘 해야 한다는 각오로 한다"고 했다. 정현석도 "발등에 좋은 불이 떨어졌다"며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면 한 단계 발전한 것을 의미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화가 진짜 경쟁으로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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