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은 두말 할 것 없는 배우 이성민의 박력 넘치는 로맨스 연기가 ‘미스코리아’를 통해 안방극장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성민은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삼류 건달이었지만 화장품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김형준(이선균 분)을 만난 후 목숨까지 내거는 조력자로 탈바꿈하는 정선생 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하는 선생은 배운 것 하나 없고 누구나 손가락질 하는 삼류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법은 아는 사람. 여기에 박사 과정까지 밟은 고화정(송선미 분)에 대한 순정까지 갖춘 매력적인 남자다. 조건만 따져보면 뭐 하나 내세울 것은 없어도 인간성 하나는 믿을 만 하고 화정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기에 그의 사랑을 응원하는 이들이 주인공인 형준과 오지영(이연희 분) 커플 못지 않다.

지난 19일 방송된 18회는 그동안 화장품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가겠다는 화정을 말리지 못했던 선생이 드디어 용기를 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선생은 화정에게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러 가. 공부 막는 나쁜 X이 어딨냐”라고 애써 자신의 마음을 감춘 채 화정의 유학을 응원했다. 하지만 화정이 따뜻한 포옹을 하자 “갈 거면 이러지 마. 이러고 공부하러 가면 나는?”이라고 화정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드러냈다.
중학교만 졸업한 선생에게 박사인데다가 유학까지 욕심내는 화정의 학벌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자꾸만 좁혀지지 않는 두 사람 사이의 현실의 벽은 선생을 짓누르며 괴롭히는 중이다. 결국 선생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화정을 바라봤고 “공부 좀 그만 하면 안 되나”라고 처음으로 진심을 표현했다. 자신을 건달로만 보는 화정에게 사랑을 고백하기까지도, 조심스러운 연애를 하는 것도 힘겨워했던 선생의 박력 넘치는 진심 표현은 강렬했다.
‘미스코리아’는 선생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거침 없이 살아온 밑바닥 인생이지만 사랑하는 화정에게는 언제나 주저하는 순정파 선생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저돌적으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기도 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로 자신감이 없어 다시 물러나는 선생은 안방극장을 애잔하게 만들었다. 이 가운데 사랑을 지키기 위해 큰 마음을 먹고 밀어붙인 선생의 용기는 선생과 화정의 로맨스의 흥미를 고조시켰다.
선생을 연기하는 이성민은 그동안 투박한 ‘상남자’의 순정을 전하는데 있어서 미묘하게 떨리는 눈빛, 살짝 떨어지는 입꼬리, 그러다가 환하게 웃는 미소 등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달달하거나 치명적인 로맨스는 아니지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오히려 보는 이들을 끌어당겼다. 이성민은 선과 악을 넘나들며 어떤 역할이든 표현하는 감정 표현의 마술사.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가슴을 파고드는 로맨스까지 표현하며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인지 확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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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