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진이 연기력이 전제된 막강한 존재감으로 브라운관을 꽉 채우고 있다.
박해진은 현재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소시오패스 이재경(신성록 분)의 과거를 추적하는 이휘경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종영을 앞두고 도민준, 천송이의 러브라인에 집중되고 있는 스토리 속에서 그는 분량을 넘어선 존재감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중이다. 재경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유일한 인물인 것.
지난 19일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에서 휘경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경의 범죄 사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는 형의 전 부인과 만나 그가 큰 형(연우진 분)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형과 연인 사이었던 한유라(유인영 분)의 죽음도 그가 연루돼 있다고 확신했다. 휘경은 이와 관련해 증거들을 하나씩 수집해 가면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그는 큰 형의 유품이 된 볼펜을 손에 들고 눈물 연기를 소화했다. “휘경아, 졸업 축하한다. 내 동생”이라는 말이 녹음된 볼펜 속 음성을 들으며 형에 대한 그리움을 삼켰고, 형이 죽기 전 재경과 나눈 대화가 담긴 녹취를 들으면 분노에 몸을 벌벌 떨어야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민준-송이의 러브라인과 재경의 극악무도한 범죄가 이야기의 두 축을 이뤄왔다. 종영을 앞두고 러브라인으로 쏠리면서 재경의 비중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 하지만 그를 뒤쫓는 휘경 덕에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는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해진은 존재감으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부담스럽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게 균형을 찾아가려는 감정 연기 덕분. 특히 극 후반으로 가면서 사랑의 배신, 형(재경)의 배신, 반대로 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해진 유세미를 밀어내야햇던 자책 등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순간순간 카멜레온처럼 돌변하며 녹여내고 있다.
그는 형을 잃은 슬픔과 죽음에 얽힌 진실을 뒤늦게 알게된 먹먹한 감정을 눈물 연기로 풀어냈다. 여기에는 청춘을 바쳐 사랑한 천송이가 도민준과 연결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상실감도 녹아있다. 미세한 표정 변화부터 폭풍 같은 오열로 이어지는 연기력은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다.
앞으로 ‘별에서 온 그대’ 속 악의 세력은 휘경 덕에 물러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송이를 위해 살아왔고, 이제 가족의 평화를 위해 재경의 정체를 밝힌 휘경이 자신의 행복까지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지켜 볼 일이다.
plokm02@osen.co.kr
'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