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에 대한 기대에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과 예능과 진지함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느낌. 노량진 느낌을 유지하는 것. 9900원짜리 광어가 아닌 활어와 같은 신선한 ‘썰전’이 되어야 하는 것은 변함없는 대명제다.”
김구라가 ‘썰전’ 1주년을 맡아 굳은 의지를 다졌다. 최희는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엄격하고 사적인 잣대로 심판하는 독한 혀가 되겠다”는 제작진의 각오를 함께 전달하며 '썰전' 1주년을 기념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JTBC '썰전- 예능심판자'에는 초대 게스트들과 함께하는 ‘썰전’ 1년을 자아비판 시간이 전파를 탔다. ‘썰전’ MC들은 대중들의 무관심 속 시작된 ‘썰전’의 성장을 자축하면서도, 특별게스트와 함께 시청률 3%를 넘기지 못하는 한계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반성했다.

‘썰전’ 1회는 국민 MC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을 비교 평가하며 야심차게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너희들이 뭔데 평가를 해”라는 싸늘한 시선뿐. 그럼에도 ‘썰전’은 1년 만에 JTBC 대표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에 ‘황금어장’을 집필한 최대웅 작가는 “1부는 집중력 있는 토크로 초반에 프로그램 정체성을 결정했다. 2부는 ’라디오스타‘처럼 효자코너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제 예상이 맞았다”라며 두 코너가 상호보완적으로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종편만의 장점이 통했다. 지상파에서 ’썰전‘을 했다면 타사 프로그램을 건드리기도 자사 프로그램을 비평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며 채널의 특성을 살린 성역 없는 비판을 썰전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썰전’은 지난해 10월부터 독기가 빠졌다는 평가도 여과없이 노출했다. 이에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김도훈은 “이미 사람들이 ‘썰전’ 포맷과 캐릭터에 익숙해졌다. 보다 강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 약해졌다고 느끼기 마련이다”라며 ‘썰전’은 케이블 프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제작진이 출연자들을 더 괴롭혀 서로가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날카로운 비평이 나오고, 프로그램은 롱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후 ‘썰전’ MC들은 시청률로 알아보는 2049 타깃 시청률 최고의 1분을 통해 젊은 층은 스타들의 열애 같은 핫한 뉴스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썰전’이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임에도 불구, 비평보다는 개인사가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고충이자 딜레마.
이 과정에서 김희철은 “제가 31회에 ‘썰전’에 투입된 바로 다음 회 설리의 열애설이 터졌다”라며 “시청자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되는 태도였다. ‘썰전’ 프로그램 취지와 맞지 않게 제가 너무나 방어적으로 나갔다”고 말하며 사과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썰전’ MC들은 전체 시청률 최고의 1분과, 최저 1분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당시 방송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김구라는 최대웅 작가로부터 “팩트에 의해 말하는 게 김구라의 매력이었는데 최근엔 독설가 김구라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받는다. 약해졌다기보다는 학습량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냉혹한 평가를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했다.
하지만 방송인보다 전문가 느낌이 강한 허 기자. 게임중독법 파문에서 또래 의견을 잘 반영하며 프로그램을 역동적으로 만든 김희철, 모든 주제를 시장논리로 분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지닌 강용석은 ‘썰전’만의 강점이다. 지난 1년의 발자취를 날카롭게 돌아본 '썰전'이 과연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MC 각각의 변화는 물론 제작진과 출연자간의 관계 변화가 앞으로 눈여겨볼 시청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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