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김연아(24, 올댓스포츠)는 의연했다. 오히려 속상한 국민들을 걱정하고 위로했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가 공정치 못한 판정에 의해 좌절됐다. 김연아는 2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69점 예술점수(PCS) 74.50점을 받아 합계 144.19점을 받았다. 전날 74.92점을 받은 쇼트프로그램 점수를 더하면 김연아는 총점 219.11점으로 2위에 올랐다. 심판들은 점수를 몰아줘 평범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24.59점)를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어줬다.
4년 동안 공들였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 보통 선수 같으면 분해서 눈물을 흘리고 심판들에게 따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모든 것을 초연한 듯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또 금메달을 딴 소트니코바에게 진심으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경기 후 김연아는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2등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금메달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올림픽 출전이 더 의미가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기에 만족스럽다”며 성숙한 발언을 했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김연아를 응원했던 국민들은 분노했다. 김연아에게 실망해서가 아니었다. 금메달에 집착하고 은메달의 가치를 몰라서도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아끼는 국민영웅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해서였다.
이에 김연아는 “(국민들이) 늦은 밤에 못 주무시고 있을 텐데... 1등은 아니지만 내가 가진 걸 모두 보여줘서 기쁘다”면서 국민들을 먼저 위로하는 초연함을 보였다. 김연아의 마지막 연기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공정함을 잃은 심판들이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수준을 초월했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김연아는 영원히 ‘피겨여왕’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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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