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도 없고 희망도 없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메달 없이 올림픽을 마쳤다. 22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에 출전한 박세영(21, 단국대)과 이한빈(26, 성남시청)이 준준결승에서 탈락, 결국 남자 대표팀은 4개 종목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한국이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첫 금메달을 얻기 시작한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매 올림픽마다 2개 이상의 금메달을 얻어냈다. 아무런 메달도 없었던 것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가 전부였다.

물론 12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 대표팀 에이스였던 김동성은 개최국의 이점을 앞세운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에 의해 희생됐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기량에서 밀린 것은 절대 아니었다. 또한 지금은 빅토르 안이 됐지만, 안현수라는 밝은 미래를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여자 대표팀이 이룬 성과와 더불어 개최국 러시아를 등에 업은 ‘빅토르 안 열풍’속에 남자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초라하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번 남자 대표팀에서는 과거 다른 나라를 무력하게 만들었던 압도적인 스케이팅 기술도, 투지와 근성도 전혀 엿볼 수 없었다. 애초에 금메달 후보로 분류되던 선수도 없었던 가운데, 이한빈은 1000m 경기에서 다른 선수와 부딪히자 뒤에 있던 선수를 노려보며 발을 멈췄다. 레이스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충돌이 있었다 하더라도 얼음판보다 냉정해져야 할 상황에 대표팀의 주장은 레이스를 포기했다.
12년 전 김동성은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박수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남자 대표팀은 숙제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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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