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판박이’ 임재현, 박경완 기대주로 뜬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2.22 06: 59

한 신인 내야수가 어깨를 부여잡았다. 습관성 탈골이었다. 일반적으로는 훈련을 잠시 멈춰야 할 상황. 그러나 이 내야수는 스스로 어깨를 끼워 맞추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잠시 휴식을 권하는 목소리에는 훈련을 계속할 수 있다고 우겼다. 코칭스태프들도 혀를 내둘렀다. 이 광경을 지켜본 박경완 SK 퓨처스팀(2군) 감독의 눈빛이 반짝였다.
SK의 신인 내야수 임재현(23)이 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임재현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SK의 광저우 2군 전지훈련에 가장 뜨거운 선수로 손꼽힌다. 물론 당장 1군에 올라갈 만한 전력은 아니다. 그러나 훈련 자세가 워낙 성실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런 성실함과 근성은 기량의 급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수·주 3박자를 다 갖춘 내야수라는 평가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어쩌면 신인이 현 시점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다.
사실 지난해 8월 열린 2014년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 때까지만 해도 임재현을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성균관대의 내야를 이끄는 선수였지만 임재현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임재현은 “지명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루 정도 지나니 괜찮았는데 부모님은 많이 실망하셨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나 우연찮게 기회가 왔다. SK 지명 선수 중 대학 진학을 선택한 이들이 있어 결원이 생겼다. 임재현은 그렇게 SK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시작은 남들보다 뒤처졌다. 그러나 박경완 감독은 모든 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임재현도 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겨울부터 쉼 없이 달리고 있다. 박 감독 부임 이후 부쩍 강도가 높아진 SK의 2군 훈련에서 가장 열심히 뛰는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임재현이다. “1군 사정에 맞게 내야 자원을 키우는 데 신경을 쓰겠다”라고 밝힌 박 감독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박 감독이 임재현을 콕 찍은 것 같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SK가 임재현에 주목하는 것은 지금은 한화로 떠난 정근우의 프로 초창기와 닮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재현의 체격은 프로필상 175㎝에 75㎏다. 정근우와 비슷하다. 기술와 세련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악바리 근성이 있다는 것,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내야수로 성장할 자질을 갖췄다는 점, 송구에 단점이 있다는 것까지 정근우의 지명 당시와 흡사하다. 정근우가 체격의 불리함을 엄청난 훈련량으로 만회했듯이, 임재현도 그런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는 담담하다. 임재현은 이런 구단의 기대에 대해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잘 봐주셨을 뿐이다. 난 신고선수 출신이다. 1년 만에 방출될 수도 있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배워보자’라는 생각으로 캠프에 임하고 있다”며 자세를 낮췄다. 칭찬이 나올수록 지명을 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 SK에 신고선수로 입단해 처음으로 유니폼을 받았던 그 때 그 시절의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수비부터 확실히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수비는 훈련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 시절 주로 유격수를 봤지만 최근에는 2루 수비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정근우가 떠난 자리를 메워야 하는 SK의 전략적 선택이다. 임재현은 “수비가 안 되면 경기에 못 나간다. 수비부터 완벽하게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정근우도 프로 초창기 시절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여러모로 시작이 닮았다. 3~4년 뒤 임재현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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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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