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자전거를 잘 탈 수는 없다. 타다 넘어진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다. 넘어지면 갖게 되는 두려움. 이를 이겨내는 것이 자전거를 공략하기 위한 열쇠다. 오수호(24, SK)도 그 과정에 있다. 그런 오수호가 이제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탄다. 달라진 마음가짐, 그리고 건강한 몸과 함께다.
오수호는 SK의 올 시즌 ‘히든카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군에서 제대한 오수호는 겨우 내내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 고교 시절부터 문제가 있었던 어깨 재활 훈련을 충실히 소화해냈다. SK의 사이판 재활캠프 참석 투수 중에는 윤길현과 더불어 가장 페이스가 빠른 선수로 손꼽힌다. 오수호가 밝히는 스스로의 몸 상태는 80%다. 타자를 세워놓고 공을 던질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말 그대로 재활 막바지 단계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오수호는 오병일이라는 개명 전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부산고의 에이스였다. 고교 시절에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연고팀인 롯데의 2009년 1차 지명을 받았다. 앞길이 창창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롯데에서 꽃피지는 못했다. 2009년 9경기에 나가 1패 평균자책점 9.69에 그쳤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핑계는 대지 않는다. 오수호는 “어깨나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구단에서도 기회를 줬다”고 떠올리면서 “개인운동을 잘 안 했던 것 같다. 자만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마추어를 평정한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만만치 않았고 결국 오수호는 보류선수 명단에 끼지 못한 채 2011년 2차 드래프트 당시 SK의 지명을 받았다. 오수호의 자전거는 그렇게 한 번 넘어졌다.
그 후 2년은 군 문제를 해결하느라 다시 자전거에 오르지 못했다. 상무에도, 경찰청에도 가지 못하고 전방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야구에 대한 의지를 되찾았다. 개인적으로 틈틈이 캐치볼이나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을 하며 재기를 꿈꿨다. 그리고 지난해 9월 2일. 오수호는 SK 유니폼을 입고 다시 공식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새로운 출발이었다.
새 출발은 경쾌하다. 사이판에서 오수호의 재활 과정을 지켜본 김경태 재활코치는 “현재 상태는 좋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재활을 한다면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어린 나이고 군 문제도 해결해 앞길이 창창하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오수호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단조로운 구종 문제도 보완에 들어갔다. 요즘에는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연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상진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가 직접 체인지업 전수에 나섰다. 오수호도 기대가 크다.
재질은 충분한 선수다. 탄탄한 체구에서 나오는 빠른 공이 일품이다. 고교 시절부터 140㎞ 중·후반대의 공을 던졌다. 이제는 그 재질에 구종과 마음가짐이라는 물감으로 덧칠을 할 차례다. 좀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시선도 생겼다. 오수호는 “군 문제를 해결해 마음의 짐을 덜었다”라면서 “올해 목표는 1군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머지는 그 다음 차근차근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오수호가 탄 자전거가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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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