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오키나와 캠프에 긍정적인 기류가 감돌고 있다. 단순히 연습경기 성적 때문은 아니다. 경기를 거듭하며 주축 선수들이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투·타의 중심축으로 손꼽히는 김광현(26)과 루크 스캇(36)도 그런 선수들이다. 올 시즌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SK는 20일과 21일 열린 연습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연습경기 성적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이 몇몇 있었다. 우선 20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2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21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스캇이 캠프 들어 첫 홈런을 때렸다. 올 시즌 두 선수의 몫을 생각하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성과다.
어깨 부상에서 완전히 탈출한 김광현은 플로리다 캠프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일부러 페이스를 늦출 정도다. 첫 등판이었던 20일 경기에서는 최고 구속이 149㎞까지 나왔다. 근래 들어 김광현이 전지훈련에서 이런 공을 던진 적은 없었다. 볼넷을 두 개 내줬으나 병살타를 두 번 유도하며 불을 껐다.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피안타는 하나도 없었다.

김광현은 경기 후 “오늘 구속이나 구위 등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최근 컨디션도 좋다”고 말했다. 결과보다는 스스로가 내용과 몸 상태에 만족했다는 데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이 컨디션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한창 좋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니다. 김광현의 성적 향상은 곧 SK의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팀 내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그 시너지효과를 무시하기 어렵다.
단타로 감을 조율하던 스캇도 21일 홈런을 쳐냈다. 포지션만 조금씩 바뀔 뿐 꾸준히 4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는 스캇은 3회 삼성 조현근의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다섯 차례 연습경기에서 타율은 2할5푼(12타수 3안타)으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3개의 볼넷을 얻어내 출루율은 4할에 이른다. 다소간 미심쩍었던 선구안 부문에서도 무난한 모습이다. 침착하게 공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아직은 타석에서 여유가 있다.
SK는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하다. 선발로 정면 돌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만수 감독의 성향도 선발 쪽에 무게 중심을 둔다. 이런 상황에서 김광현의 완벽한 재기는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스캇은 지난해 SK의 약점이었던 4번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타율보다는 장타가 스캇의 몫이다. 연습경기 첫 홈런이 의미를 갖는 이유다. 두 선수의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SK의 오키나와 캠프도 반환점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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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