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최고' 서울대 야구부의 전훈 풍경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4.02.23 06: 10

경찰청 야구단의 전훈 캠프가 차려진 지난 21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 야구장. 3루 관중석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주인공은 이광환 서울대학교 야구부 감독.
일반 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서울대 야구부는 17일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올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우린 전훈이 아니라 MT 온 거야. 1주일 머무르다 가는 거니까". 이광환 감독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미소로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야구부는 대학리그의 최약체 팀이다. 2004년 9월 1일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 B조 예선에서 송원대를 2-0으로 꺾고 창단 28년 만에 첫 승을 거두기도. 야구에 대한 열정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광환 감독은 손주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처럼 "학생들이 야구를 정말 좋아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자비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여기 왔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4강 진출' 등 프로 구단과 달리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프로 선수들을 양성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야구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게 목적"이라는 게 이광환 감독의 설명.
대학 입학 후 야구를 시작하는 선수들이 대다수. 그렇다고 훈련 여건이 좋은 편도 아니다. 서울대 정문 옆 보조 운동장이 유일한 훈련 장소. 그리고 이광환 감독 혼자 선수들을 가르쳐왔다.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푼 선수들은 3루 관중석에 앉아 경찰청 야구단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서울대 선수들은 경찰청 선수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선수들이 머리가 좋으니까 보기만 해도 이해가 빨라. 자꾸 보면 좋아질 것"이라는 게 이광환 감독의 말이다.
3루 관중석에 앉아 경찰청의 수비 훈련을 지켜보던 서울대 선수들은 글러브를 챙겨 들고 그라운드로 향했다. 경찰청 타자들의 타구를 직접 받아보기 위해서다.
"우리 선수들은 좋은 타구를 받아본 적이 없어. 이렇게 큰 구장에서 훈련해본 적이 없다 보니 경기할 때마다 늘 만세를 불러. 지금처럼 좋은 타구를 직접 잡아보는 게 제일 좋은 훈련이야". 선수들의 수비 자세는 엉성했지만 타구를 잡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선수들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지 몰라. 다들 손자 같아. 하지만 가끔은 공부밖에 모르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울 때도 있어". 이광환 감독은 선수들을 바라보며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명색이 전지 훈련인데 연습 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서귀포시청 야구 동호회와 한판 대결이 예정돼 있단다. 서울대 야구부 선수들을 보며 야구계의 대표적인 명언이 떠올랐다. "야구를 위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 (톰 글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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