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4)가 올림픽 시즌 갈라 프로그램인 '이매진(Imagine)'을 끝으로 소치, 그리고 자신의 현역 마지막 무대와 이별을 고했다.
김연아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 참가, 21번째로 나서 자신의 갈라 프로그램인 '이매진'을 선보였다.
'겨울왕국'의 엘사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입고 은반에 나선 김연아는 친숙한 이매진의 멜로디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중간의 트리플 살코 점프는 팝했지만 다른 점프는 깔끔하게 성공했고 스핀 연기도 곡의 분위기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온리 원'이라는 가사 부분에서 애교 넘치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며 윙크를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 21일 끝난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클린하며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판정을 두고 전세계 언론이 의문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거셌으나 당사자인 김연아는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런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김연아가 올림픽 시즌 갈라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이매진'이 주는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 존 레논의 1971년작 앨범 '이매진'의 첫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이매진은 아름다운 곡과 그의 사상이 담긴 가사로 존 레논 최고의 수작으로 평가받는 노래다.
베트남 전쟁 당시 반전의 메시지를 담아 노래했던 존 레논처럼, 최근 인권 단체인 국제엠네스티가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수단의 인권환경 개선 기금 마련을 위해 팝가수 에이브릴 라빈이 다시 부른 이매진은 평소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연아와 잘 어울리는 노래다.
특히 논쟁과 의혹 속에서 진흙탕이 되어버린 이번 대회 피겨스케이팅에 '이매진'이 전하는 우아한 평화의 메시지는 각별한 느낌으로 와닿았다. 판정 논란에도 "마지막 무대에서 실수 없이 한 것에 만족한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인 김연아의 여유와 우아함이 묻어나는 갈라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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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