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도전과 최선에는 등수도 메달도 필요없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41)가 '피겨 여왕' 김연아(24)를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찬호는 21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김연아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4년 전 겨울 뉴욕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김연아의 공연을 지켜봤던 박찬호는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모든 사람들이 숨죽이고 조용히 김연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며 "마지막 점프를 끝내고 마지막 동작으로 마무리하는 김연아의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의 경지를 보는 것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박찬호는 "숨을 내몰아 쉬면서 웃는 그녀의 얼굴에는 감격과 축복이라는 말이 너무도 어울렸다"며 "우승을 확정짓는 그 순간 나는 눈물이 핑돌았고 김연아도 울고 있었다"고 감동 가득한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김연아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옛모습을 회상하기도.
이후 김연아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수많은 피겨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안겨 줬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 김연아는 21일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69점 예술점수(PCS) 74.50점을 받아 합계 144.19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받은 김연아는 총점 219.11을 기록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24.59점)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에 박찬호는 "4년이 흐른 뒤 올림픽을 두 번이나 출전하는 그녀가 이번에는 어떠한 감동과 느낌 그리고 가르침을 안겨줄 것인가 큰 기대를 하고 기다렸다"면서 "당연히 점수를 기다리던 우리들의 마음에는 환호의 폭죽을 터트릴 준비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김연아는 억울해하지도 울지도 않았다. 김연아는 큰 선수이자 크게 성장한 거인이었다"며 "이번에 김연아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을 아끼지 않았다. 4년 전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어릴 적부터 인내와 시련으로 철저하게 준비된 스타"라는 게 박찬호의 생각. "김연아는 피겨를 통해 어릴 적부터 생사를 걸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녀의 퍼포먼스에는 특별함이 있었고 그녀의 성숙에는 금메달, 은메달이 상관없는 듯 했다. 실수 하나 없이 멋지게 우승해도 충분할 것 같은 최선을 다한 그녀의 정신과 집중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예정. 박찬호는 "김연아는 또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처럼 그 선택에도 또다른 아니 더 깊은 성숙의 목표로 가길 바라고 김연아가 선수 생활을 하더라도 이제는 그녀에게 금메달, 최고 1인자로 기대하지 않아야 하고 그녀 또한 자유로운 미래를 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연아가 평창 올림픽을 향해 달리면 더욱 거대한 감동의 영화가 만들어질 것이며 김연아가 평창 올림픽을 향해 달리지 않아도 김연아의 힘으로 또다른 대한민국의 김연아가 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이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스포츠인 김연아는 피카소, 고어, 스티븐 잡스, 에디슨과 같은 이 시대의 예술인이라 생각한다"며 "그녀는 행위예술로 우리들의 마음에 감동과 긍지라는 에너지를 선사했다. 멋지게 성장한 김연아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나와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김연아에게 감사한다"고 글을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