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김연아의 라스트 댄스, 여왕은 떠나고 평창은 남았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2.23 06: 59

'피겨여왕' 김연아(24)가 평화의 '이매진'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소치가 그의 마지막이어야 했을까 싶은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남지만, 갈라쇼에서 선보인 그의 라스트 댄스는 여전히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김연아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 참가했다. 여자 싱글 은메달리스트로 갈라쇼에 나선 김연아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인 소치동계올림픽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며 아름다운 작별을 고했다.
전체 21번째 순서로 은반에 나선 김연아는 자신의 올림픽 시즌 갈라 프로그램 '이매진'에 맞춰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겨울왕국'의 엘사를 연상시키는 드레스를 입고 은반에 나선 김연아는 친숙한 이매진의 멜로디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중간의 트리플 살코 점프는 건너뛰었지만 다른 점프는 깔끔하게 성공했고 스핀 연기도 곡의 분위기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온리 원'이라는 가사 부분에서 애교 넘치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이며 윙크를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감동적인 메시지와 김연아의 연기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무대였다.
주목할 부분은 피날레 무대의 마지막에 나왔다. 피날레 무대에 다시 등장한 김연아는 데니스 텐(카자흐스탄)과 짝을 지어 마지막을 장식했고, 여자 싱글 선수들과 함께 스파이럴과 스핀을 선보이며 끝까지 환한 미소를 보였다. 모든 공연이 마무리되고 스케이터들이 하나로 모인 가운데, 스포트라이트가 김연아를 향했다.
은반의 끝에서 자신에게 집중된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연아는 환하고도 개구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김연아의 앞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엠블럼이 은반 위에 떠올랐다. 지켜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갈라쇼의 마지막 순서를 김연아에게 양보하고, 평창 홍보(?)를 해주는 것으로 면피하려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으나 김연아는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은반에 새겨진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엠블럼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여왕은 이제 떠나갔다. 김연아로 인해 뜨거운 관심을 받은 피겨스케이팅은 그가 떠나면 다시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4년마다 한 번씩 반짝 떠올랐다 지는 올림픽의 수많은 비인기 종목들처럼. 그러나 여왕이 떠난 자리 뒤에는 평창이 남아있다.
"승리란 곧 성공과 목표달성을 위한 가능성이며 그것이야말로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필요로하고 받아 마땅한 것"이라던 김연아의 평창 유치 연설을 기억한다면, 여왕이 떠난 후 남은 평창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4년 후 찾아올 또 한 번의 동계올림픽에서 부끄럽지 않은 개최국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승리'를 일궈내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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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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