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28)이 처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만 해도 윤석민에게는 5선발의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뒤 팀이 우발도 히메네스와 계약에 합의하면서 윤석민의 선발 희망은 크게 줄어들었다. 우선 두 자릿수 승리와 3점대 평균자책점을 해낸 크리스 틸먼, 미겔 곤잘레스, 그리고 새롭게 입단한 히메네스가 선발 로테이션의 세 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남은 자리는 2개인데, 그마저도 우선순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옆구리 통증으로 2달 정도 결장했지만, 천웨인은 지난해 7승 7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첫 해였던 2012년에는 12승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다지 좋지 못했던 지난해 성적을 놓고 비교해도 천웨인의 성적이 윤석민보다 낫다. 리그 차이를 감안하면 예상 성적의 차이는 더 커진다.
지난 시즌 중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온 버드 노리스는 10승 투수다. 볼티모어에 온 뒤 평균자책점이 4.80으로 나빠졌지만, 휴스턴에서는 외로운 에이스였다. 어느 팀에 가더라도 4~5선발로는 비교적 꾸준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

위 5명이 정상적으로 가동됐을 때 윤석민이 풀타임 선발로 자리를 잡기는 매우 힘들다. 결국 풀타임 선발이 되지 않는다면 2가지 길 뿐이다. 불펜으로 가거나, 마이너리그에서라도 선발로 뛰는 것이다. 윤석민의 경우 첫 해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어 팀에서 결단을 내린다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저마다 10승 경력이 있는 이들 5명 중 1~2명이 부상으로 이탈한다 해도 윤석민에게 선발 기회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2011년에 10승을 달성했던 잭 브리튼을 비롯해 케빈 가우스먼 같은 유망주들도 많다. 확실한 선발투수인 히메네스의 합류가 윤석민에게는 악재가 됐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불펜이나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다는 것보다 윤석민의 오버페이스다. 5선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가 아닌 윤석민이 선발 낙점을 받기 위해 일찍 몸 상태를 끌어올린다면 연습경기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시기에 자신이 지닌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없게 된다.
좋은 예가 2009년의 박찬호다. 2008년 LA 다저스에서 불펜투수로 부활에 성공한 박찬호는 2009 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했다. 당시 박찬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페이스로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해 J.A. 햅과의 5선발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선발 자리를 오래 보전하지는 못했다.
박찬호는 이 해 4월까지 평균자책점이 7.16이었고, 5월에도 6.14로 나빴다. 결국 박찬호는 선발 자리를 빼앗겼고, 불펜에서는 다시 살아나 필라델피아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박찬호는 2009년 7월과 8월에 각각 0.68과 1.50의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박찬호의 사례를 보더라도 과한 의욕은 장기적으로 선발과 더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직은 경쟁자들에 비해 보여준 것이 없기에 선발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불펜이든 마이너리그든 자기 역할을 해내는 가운데 선발진에 결원이 생긴다면 부름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자신의 가장 좋은 모습을 스프링캠프가 아닌 4월 이후에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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