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올해 KIA의 새로운 주장은 내야수 이범호(32)이다. 지난 2011년 FA로 입단한 이후 4년만에 캡틴의 자리에 올랐다. 선동렬 감독이 직접 주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찾아보면 팀내에서도 이범호만한 적임자도 없었다. 그만큼 베테랑이자 팀을 이끌만한 리더십이 있기 때문이다.
전지훈련지에서 이범호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분위기이다. 얼굴 찌푸리는 일이 없이 후배들을 잘 다독이며 훈련을 이끌고 있다. 선배들과의 가교노릇도 잊지 않고 있다. 한국의 집단훈련이 생경할 수 밖에 없는 외국인타자 브렛 필에게도 살갑게 해주면서 적응에 도움을 주고 있다. 코치들도 "훈련 분위기가 아주 좋다. 주장이 분위기를 잘만들어가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범호는 캠프에서 단 한번도 미팅을 소집하지 않았다. 군대용어로 보면 집합이다. 여러명이 모인 집단인지라 문제가 불거지면 전체 미팅을 통해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집합이 많으면 많을수록 분위기는 경직되기 마련이다.
이범호는 "캠프에서 지금까지 전체 미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될 수 있으면 안하겠다. 미팅이 있으면 후배들이 피곤하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IA는 작년 팀 성적이 초반에 좋다가 안좋아졌을때 여러가지 미팅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도 (성적에 대한)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고 팀 분위기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범호는 미팅 최소화를 통해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면 성적은 저절로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선 감독은 이범호를 주장을 시켰을까. 이범호 스스로 답을 내놓았다. "감독님의 의중을 생각해보니 서재응, 김상훈 선배는 나이 때문에 후배를 끌고가기 보다는 야구에 전념해야 하는 시기이다. 중고참인 나와 김주찬이 함께 후배들과 대화와 소통을 하면서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달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었다.
이범호는 주장의 역할 뿐만 아니라 중심타자로서도 중요한 위치이다. 입단 4년차를 맞아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지난 3년동안 허벅지 부상과 후유증 때문에 제대로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허벅지가 많이 좋아졌다. 올해는 득점찬스에서 타점을 올리는데 주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전반기에서 보여준 강렬한 해결사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였다. 주장과 해결사. 이범호가 두마리 토끼 사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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