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결산] 김연아의 마지막에 재 뿌린 판정 논란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2.24 06: 59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16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다 규모인 71명의 선수를 파견하며 금메달 4개 이상, 종합순위 10위권 진입을 노렸으나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순위 13위를 기록, 3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성화가 꺼졌고, 설원과 은반의 축제는 4년 후 평창을 기다리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동계올림픽을 되짚어 본다.
▲ '피겨여왕' 김연아의 선수생활 마지막 무대
'피겨여왕' 김연아(24)가 소치에서 평화의 '이매진'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연아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 참가했다. 올림픽 2연패가 유력했던 김연아였지만 러시아의 홈 텃세는 생각 이상으로 강했고, 김연아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자신의 선수생활 마지막 무대를 마무리지었다.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갈등하던 김연아는 2011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컴페티션 무대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7월 소치동계올림픽까지 현역 연장을 선언했다. 이후 2013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에 육박하는 점수로 화려하게 복귀를 신고, 올림픽 2연패를 사정권 안에 뒀다.
2년에 가까운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김연아의 기량은 올림픽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클린하며 소냐 헤니(노르웨이, 1928·1932·1936) 카타리나 비트(동독, 1984·1988)에 이어 26년 만의 올림픽 2연패 달성을 눈 앞에 뒀다. 하지만 금메달은 소트니코바의 목에 걸렸다. 여왕의 올림픽 2연패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지만,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여왕의 마지막에 레드카펫 대신 재 뿌린 러시아
전세계적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경기 결과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미국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는 경기 후 공식 트위터를 통해 "김연아 은메달, 소트니코바 금메달, 카롤리나 코스트너 동메달... 결과에 동의하십니까?"라는 글을 올려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시카고 트리뷴도 "러시아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따냈다. 이것은 급격하게 변해온 피겨 역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 덕분이었다"고 비꼬았다. 
독일 공영방송 ARD 역시 "김연아가 전설적인 피겨선수 소냐 헤니, 카타리나 비트의 걸어온 길을 따라 올림픽 연기를 마쳤다. 올림픽 승리가 확실시됐으나 이해할 수 없게도 219.11점만 받았다"며 의혹의 시선을 던졌고 프랑스의 레퀴프는 "또다시 스캔들!"이라며 소트니코바에게 메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최국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다.
아이스하키와 함께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여겨지는 피겨스케이팅에서 판정 논란이 불거지자 러시아는 소트니코바의 프로그램 구성점수가 김연아보다 높았다며 옹호에 나섰다. 타티아나 타라소바, 이리나 로드니나 등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의 전설들이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은 정당했다고 강변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역시 22일 공식 입장을 발표, "모든 경쟁의 심사는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강력하게 알리는 바이다. 13명의 심판들은 무작위로 선정이 됐다. 기술점수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고점과 최저점을 배제한 나머지 평균으로 산정된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와 ISU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판정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서방언론은 러시아의 지나친 홈 어드밴티지를 지적하며 심판진의 구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한국은 "김연아의 빼앗긴 금메달을 돌려주자"며 서명운동도 불사하고 있다. 180만 명 이상이 서명한 ISU 재심요청 서명운동은 그 효과가 유효한가 아닌가를 떠나 이번 논란에 대해 대중들이 얼마나 분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정작 김연아 본인은 담담했다. 김연아는 경기 후 "실수없이 마쳤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잘 끝난 것 같다. 노력한 만큼 잘 보여드린 것 같다"며 "실수는 없었지만 연습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2등했는데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계속 이야기했듯 금메달은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출전에 의미가 있었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했기 때문에 만족스럽다"고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실수 없이 마쳤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김연아가 담담하면 담담할수록, 그의 마지막 무대가 소치였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는 아쉬움으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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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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