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아이돌 1세대들의 재결합 소식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 또 그리 '쉬운' 작업 아니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god와 플라이투더스카이가 멤버간 합의를 마치고 구체적인 윤곽 잡기에 나선 가운데, 1세대 아이돌의 1인자로 불리는 H.O.T의 재결합 가능성도 끊이지 않고 거론된다. 아이돌 뿐만 아니라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많은 팀들이 재결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 K-POP 열풍이 거센 지금, 원조 인기그룹들의 재결합 움직임이 왜 새삼 이슈가 되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 아이돌 재결합, 이래서 계속된다

아이돌그룹의 재결합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누가 뭐래도 신화다. 1998년에 데뷔해 16년이 지난 지금도 신보 발매 및 콘서트 개최, 해외 프로모션 등 '현재진행형' 활동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은, 일찍이 가수 활동을 마치고 '원조', '조상' 등의 수식어를 달고 있는 또래 아이돌 스타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
당시 인기스타들이 해체 후 개인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점도 작용한다. 특히 남자 그룹의 경우, 그룹으로 쌓은 이미지가 공고해 개인활동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예능과 함께 힙합씬에서 활동 중인 은지원, 또래 보컬리스트들과 나란히 하며 솔로 앨범을 발매해온 김태우 정도가 차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나머지 멤버들은 배우, MC 등으로 눈을 돌렸지만 아직 완벽히 자리잡진 않았다. 남자 그룹 멤버 중에서는 윤계상이 거의 유일하게 주연급으로 올라섰는데, 윤계상은 일찍이 팀에서 발을 뺐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팀이 재결성되고 유지된다면, 개인 활동에도 탄력을 받는다. 여전히 그룹의 네임밸류는 상당한 상태라, 멤버 개개인의 활동도 새삼 주목받기 때문이다. 신화의 이민우는 자신의 솔로 10주년 활동 비결에 대해서 "뒤에 신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는데, 이는 그룹 활동이 사실상 마감된 상태에서 개인 멤버의 컴백이 예전같은 관심을 받기 힘든 현실도 감안한 답변으로 보인다.
더구나 팬들의 향수는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다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2년 연속 복고 열풍을 불러일으킨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랬고, 올초 7년만의 컴백을 무색케했던 MC더맥스의 화려한 복귀도 그랬다.
# 아이돌 재결합, 예정보다 지체되는 이유

그러나 이같은 재결합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컴백 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god도 구체적인 얘기가 흘러나온 건 벌써 2년 전이다. 당시 일부 멤버 매니저를 중심으로 매니지먼트 등의 문제 조율을 시작했지만, 아직 완성된 그림을 그리지 못한 상태다. 매니저 및 관계자가 적어도 다섯 이상이기 때문. 그래도 멤버들이 모두 재결합 의지를 확인하고, 이단옆차기로부터 곡을 받는 등 음악 작업에 들어간 것은 상당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사업 조율을 거치고, 윤계상이 KBS '태양은 가득히' 촬영을 마치는대로 본격적인 녹음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멤버 수가 적다고 조율할 게 없는 건 아니다.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컴백도 예정보다는 지체되고 있다. 지난해 두 멤버가 컴백에 합의했지만, 그동안 소속사를 달리 해 활동해온 만큼 세부 조율할 사항이 남았다. 그와 별개로 유명 프로듀서 등과 음악적 교류는 계속하고 있는데, 이들은 특히 많은 가요팬들이 좋아하는 R&B 장르서 큰 인기를 모았다는 점에서 현재 음원차트에서도 큰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두 멤버 모두 솔로로 활동할 수 있지만 둘이 합쳤을 때 시너지가 더 크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한 상태라, 컴백은 올해 안으로 반드시 이뤄지긴 할 것으로 보인다.

# 아이돌 재결합, 이래서 쉽지 않다
이미 멤버간 합의가 끝난 상태인 이 두 그룹이 컴백 일정을 앞당기기 쉽지 않은 건 복잡한 계약관계 등 때문이다. 개인 활동을 진행하면서 각자 전속계약을 맺은 회사가 다르고, 일정을 잡아놓은 게 달라서 1년 안에 뚝딱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멤버가 다섯이나 되는 god는 더욱 어렵다. 아예 국내에서 잘 포착되지 않던 박준형부터 배우로 자리 잡은 윤계상까지 워낙 다른 길을 걷고 있었던 것. 손호영의 비보부터 윤계상의 배우 활동까지 가요제작사서 미리 조율해두기 어려운 일도 생긴다.
멤버간 소속사가 다르지만 그룹 활동을 지속 중인 신화는 한 해 계획을 짤 때 상반기 그룹활동, 하반기 개인활동으로 큰 그림을 맞춰뒀다. 올해 변수가 생기면서 그룹 활동이 하반기로 미뤄졌지만 멤버들이 그룹 활동 스케줄과 개인 스케줄을 긴밀히 조정하며 그룹 활동에 할애되는 3~4달의 스케줄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 이는 소속사는 달라도 그 스태프는 신화, SM, 굿엔터라는 한 줄기 안에서 뻗어나온 인력들로 구성돼있어 커뮤니케이션에 큰 결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각자 다른 길을 가다 오랜만의 재결합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이같은 일사분란한 조정이 아무래도 쉽지 않다.
H.O.T의 재결합은 가요계 힘을 '좀' 썼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심냈을만한 아이템. 그러나 역시, 쉽지 않았다. 10년 전 H.O.T 재결합을 타진해봤다는 한 가요관계자는 "멤버간 의견과 일정, 목표가 워낙 달라서,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한 멤버의 관계자는 "그룹이 지속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어느 그룹이든 재결성을 위해서는 멤버들 간 의견을 조율할 더욱 막강한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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