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주전으로 뛰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코치님, 후배들과 그라운드에서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
이 말만 들으면 은퇴를 앞둔 선수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서서히 그라운드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만 같다. 롯데 자이언츠 영원한 캡틴 조성환(38)은 프로 17년차를 맞는 소감을 이와 같이 밝혔다.
정말 조성환은 그라운드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일까. 지난해 조성환은 부상 때문에 74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경기에 나선 조성환이다. 그 사이 정훈이 부쩍 성장해 2루에서 점점 기반을 다져가고 있고, 골든글러브 2회 수상자 조성환은 이제 도전자가 됐다.

조성환은 "올해 내 역할은 후배 선수들을 자극해 한 단계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정훈을 예로 들어보자. 만약 내가 안이한 태도로 훈련을 받는다면 '이제 내가 우리 팀 주전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칫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그런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임무"라고 힘줘 말했다.
당장 은퇴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성환은 30대 후반인 나이를 생각한다면 좀 더 편하게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보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 롯데의 전통이라면 전통인데, (선수생활 막바지에 이른) 선배님들도 모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러한 와중에도 후배 선수들이 나를 밟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면서 "나 역시 박정태, 박현승과 같은 쟁쟁한 선배님들의 배려 덕분에 지금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08년 감격의 가을야구, 두 번의 골든글러브 수상. 조성환은 선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는 없다. 신인이었던 1999년 롯데는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나갔지만 한화에 무릎을 꿇었다.
조성환은 당시를 회상하며 "사실 한국시리즈에 나가지는 못했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팀이 외야수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나 대신 동기였던 (임)재철이가 엔트리에 올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은퇴하기 전에 한국시리즈 우승만 할 수 있다면 정말 바랄 게 없겠다"고 간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롯데에서 조성환의 후계자 후보 1순위는 정훈이다. 조성환은 "작년 1년 1군에서 주전하더니 야구가 정말 많이 늘었다"면서 "지금은 나와 주전경쟁을 하는 입장인데, 만약 훈이가 만만한 선수였으면 속으로 '내가 쟤를 못 이길까'라고 했겠는데 오히려 '어떻게 내가 쟤를 이길 수 있겠나'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골든글러브도 받을 만한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성환은 올해를 끝으로 무조건 그라운드를 떠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만약 경쟁에 밀린다면 모를까, 여전히 활약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면 끝까지 활약하고 싶은 게 속내다. "이병규 선배만 보더라도 나이 마흔에 얼마나 야구를 잘 하나. 내가 말은 '후배들을 자극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했지만, 만약 그렇게 하다가 내가 후배들보다 잘해서 주전을 하게 된다면 왜 은퇴를 하나. 당연히 야구 더 해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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