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16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다 규모인 71명의 선수를 파견하며 금메달 4개 이상, 종합순위 10위권 진입을 노렸으나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순위 13위를 기록, 3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성화가 꺼졌고, 설원과 은반의 축제는 4년 후 평창을 기다리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소치동계올림픽을 되짚어 본다.
▲ 빙상이 동계올림픽의 전부이던 시대는 갔다
그동안 한국 선수단의 동계올림픽 주 종목은 빙상이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전까지는 동계올림픽=쇼트트랙의 공식이 이어져왔고,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이 메달 레이스에 합류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빙상에 국한됐다. 이제까지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45개의 메달 중 37개가 쇼트트랙, 7개가 스피드스케이팅, 그리고 1개가 피겨스케이팅이었다. 모두 빙상 종목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이변의 태동이 느껴졌다. 역대 최다 규모인 71명의 선수단이 출전한 이번 소치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13위에 그치며 당초 목표인 금메달 4개 종합 10위 안에 들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바로 비(非)빙상 종목의 분전이다.
빙상 외의 종목에 있어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동계올림픽에 희망의 꽃망울이 맺혔다. 설상과 썰매 종목에서 보여준 가능성, 전국민에게 "괜찮아요 언니!", "헐! 헐!"을 외치게 만든 컬링 신드롬 등 소치는 간만에 빙상 외에도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안겨준 특별한 올림픽이 됐다.
▲ 무책임한 희망론 아닌, 가능성 충분한 '진짜 희망'
특히 비인기 종목의 노력에 으레 하기 마련인 겉핥기식의 관심과 격려가 아니라는 점이 의미깊다. 한국 최초로 전 종목 출전권을 따낸 봅슬레이는 간판 파일럿 원윤종(29, 경기연맹)을 앞세워 봅슬레이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강광배(41)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2010밴쿠버대회에 남자 4인승에서 기록한 역대 한국 봅슬레이 최고 성적(19위)을 4년 만에 경신한 것. 봅슬레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4년이 채 안된 원윤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평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썰매 종목을 통틀어 역대 최고 성적인 16위를 기록한 스켈레톤의 윤성빈(20, 한국체대) 역시 4년 후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다. 윤성빈은 심지어 스켈레톤을 시작한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특유의 담대한 배짱을 앞세워 첫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16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모굴스키의 신성 최재우(20, CJ제일제당)도 주목할만한 예비스타다. 내심 이번 대회에서 메달까지 노려봤다는 이 당찬 신예는 결선 2라운드까지 거침없이 진출해 깜짝 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으나 아쉬운 실수로 도전 기회를 놓쳤다. 한국 스키 개인전 사상 최고 순위(10위)를 기록한 최재우의 4년 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반짝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 여자 컬링 대표팀은 단연코 2014 소치동계올림픽 최고의 '핫 스타'다. 신미성(36)과 김지선(28) 이슬비(26) 김은지(25) 엄민지(23, 이상 경기도청)으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은 컬링이라는 종목이 있는지도 몰랐던 국민들에게 컬링 규칙을 달달 외우게 한 주인공이다. 세계 최강의 팀들을 상대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싸워본 경험이 있기에, 이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강해질 일만 남았다는 컬링도 평창을 빛낼 종목으로 눈여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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