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슈퍼스타는 누구일까. 여러 선수들이 거론되지만, 이 선수만큼 극적인 이야기를 가진 선수도 없었을 것이다. 바로 ‘빅토르 안’ 안현수(29, 러시아)다.
지난 22일 열렸던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 결승전. 안현수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안현수는 1000m와 500m에 이어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쇼트트랙 역사상 올림픽에서 6개의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안현수가 유일하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한 안현수는 출전한 2개 올림픽에서 연속 3관왕에 오르는 업적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안현수는 역대 8개의 쇼트트랙 올림픽 메달(금 6, 동 2)로 은퇴한 안톤 오노(32, 미국)와 함께 최다메달 획득선수가 됐다. 안현수는 그야말로 ‘빙판 위의 마이클 조던’이었다.

러시아는 안현수를 ‘국민영웅’으로 대접하고 있다. 안현수가 1500m에서 러시아 사상 첫 쇼트트랙 메달을 땄을 때 이미 그는 영웅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축전을 보낼 정도였다. 푸틴은 자신의 SNS 커버페이지를 안현수 사진으로 바꿨다. 성적에 대한 압박이 적은 상황에서 안현수의 선전은 예고됐다. 여기에 한국 남자쇼트트랙의 몰락과 두 번이나 넘어진 1500m 금메달리스트 찰스 해믈린(30, 캐나다)의 불운까지 안현수에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안현수의 다관왕은 한국빙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이렇게 잘하는 선수가 러시아에 귀화하도록 방치했냐?’는 물음보다 근본적 반성이 필요하다. 한국은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안현수를 ‘퇴물’로 취급했다. 노장이 된 안현수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훈련 프로그램도 잘못됐음이 증명됐다. 러시아는 안현수에게 거액의 연봉과 아파트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러시아는 안현수가 편안하게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제공해줬다. 성남시청 해체 등의 아픔을 겪은 안현수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4개의 메달을 따낸 안현수는 소치 동계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현수는 올림픽이 끝나면 사실혼 관계인 우나리 씨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다. 아직 은퇴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현수가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4년 뒤 평창에서 러시아 대표로 나서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안현수는 은퇴 뒤에도 러시아 대표팀의 코치직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을 떠나 안현수가 보여준 스케이팅은 쇼트트랙의 참 맛을 알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안현수는 충분히 빛을 볼 자격이 있는 훌륭한 선수였다. 안현수의 재기는 분명 축하받을 일이다. 다만 한국체육계는 다시는 이런 국보를 잃지 않도록 관련제도와 문화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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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러시아)=박준형 기자 souls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