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견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듯 싶지만, 늘 사랑이 고픈 여자. 질투에 눈이 멀어 온갖 패악질을 벌이는 모습이 얄미우면서도 외로이 있는걸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 백진희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타나실리가 폭주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 32회에서는 후궁 독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냉궁으로 유폐됐던 타나실리(백진희 분)가 예정보다 빨리 궁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타나실리는 아버지 연철(전국환 분)의 권력 덕분에 예정보다 빨리 궁으로 돌아왔다. 타나실리는 조례를 열어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했지만, 황후 인장이 없는 타나실리는 아무 권위가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특히 타나실리는 황태후(김서형 분)로부터 황후의 권한을 이양 받은 기승냥(하지원 분)에게 굴욕 아닌 굴욕을 당하며 자리를 떠나야했다. 이에 타나실리는 불쾌함을 표출하면서도 기승냥을 죽이려는 연철의 계획을 상상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그러나 왕유(주진모 분)와 기승냥의 과거를 알게 된 타나실리는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며 또다시 폭주했다. 오랜만에 왕유를 만난 타나실리는 “왕유공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사뭇 다르지 않느냐. 예전엔 어찌나 치근덕대던지 말도 못했다”라며 귀여운 허세를 부렸지만, 왕유가 실은 승냥이에게 연정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깊은 분노를 느낀 것.
타나실리는 “기씨년이 왕유공한테 꼬리를 쳤으면 모를가 그럴리 없다”라고 현실을 강하게 부정해 어딘지 애잔함을 자아냈다. 그러나 타나실리는 승냥이를 절절하게 바라보는 왕유를 직접 목격하고 패배감에 잠겼다. 타나실리는 “대체 그 년이 나보다 어디가 더 예쁘더냐. 왜 폐하도 왕유공도 그 천한 공녀를 좋아하는 것이냐”라고 소리치며 사랑받지 못하는 여인의 공허함을 쏟아냈다.
급기야 자존심에 금이 간 타나실리는 왕유에게 살의를 표출, 얽히고설킨 인연에 종지부를 찍을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승냥이를 향한 타환과 왕유의 고집스러운 연심이 변할리 없는 상황. 타나실리는 사랑받기 위해 독해질 수밖에 없는, 미련한 여인의 모습으로 비참한 미래를 예고해 애잔함을 자아냈다.
백진희는 이날 하지원을 쏘아보며 살벌한 기싸움을 벌이면서도, 두 남자의 시선이 하지원에게 닿자 상처받은 여심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부와 권력으로 세상 모든 물건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얻을 수 없는 현실에 분노와 슬픔이 고루 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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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