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전통적으로 좌완이 부족한 팀이었다. 지난해 유희관이 두 자릿수 승리를 해낸 것은 1988년 윤석환 이후 베어스의 좌완투수가 25년 만에 만든 기록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유희관이 있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두산이 얼마나 좌완 선발투수에 목말라 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기록이 바로 이 기록이다. 불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두산은 좌완 불펜투수 없이 험난한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지금은 NC로 간 이혜천이 대안을 제시해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유희관이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불펜에도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아직 보직을 알기는 힘들지만 2경기 연속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정대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정대현은 최근 2경기에서 쾌조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정대현은 지난 24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 2군과의 경기에서 볼넷 없는 피칭을 앞세워 4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그 이전에 지난 20일 가고시마에서 있었던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도 4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잘 막았다.
이에 송일수 감독도 만족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10-2로 끝난 히로시마 2군과의 경기 종료 직후 “선발 정대현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이것이 이번 캠프의 수확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송 감독이 직접 말했을 만큼 정대현의 거침없는 정면승부는 송 감독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대현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투구 폼 수정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대현은 24일 경기 후 “권명철 코치님의 도움으로 투구 시 킥을 더 높게 하고 팔 스윙을 짧게 바꿨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정대현이 1군에서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우선은 선발 로테이션 합류보다 1군 엔트리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선발진은 이미 더스틴 니퍼트, 크리스 볼스테드, 노경은, 유희관, 이재우로 구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가능성을 이어간다면 정대현은 어느 위치에서든 두산의 도약에 필요한 추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상무에서 제대한 이현승, 송 감독이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여정호, 허준혁 등 좌완들이 위치를 가리지 않고 활약해준다면 두산도 다른 팀들에 뒤지지 않는 좌완 불펜진을 갖게 된다.
물론 이들 중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결과를 토대로 판단한다면 현 시점에서는 정대현이 가장 앞서 있다. 기대주 정대현이 두산의 좌완 가뭄을 해소할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가능성만큼은 충분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