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31, SK)도 시동을 걸었다. 출발을 알리는 엔진 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경쾌했다. 그 경쾌함만큼, SK의 뒷문의 청신호도 커졌다.
박희수는 23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연습경기에 조조 레이예스, 채병룡에 이어 6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박희수의 오키나와 캠프 첫 등판이었다. 내용은 거의 완벽했다. KIA의 중심타선을 깔끔하게 돌려세웠다. 첫 타자인 브렛 필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은 박희수는 나지완 이범호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다. 구위로 힘 있는 세 명의 타자를 눌렀다. SK 전력 분석팀에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실전 등판이 없었던 박희수였다.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페이스가 조금 늦게 올라왔을 뿐이었다. 박희수는 팀의 생존경쟁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핵심 투수다. 시즌에 맞춰 몸 상태를 올리면 된다. 그리고 첫 등판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올 시즌에 대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이만수 SK 감독도 예정에 없던 ‘특별상’까지 시상하며 박희수의 출발을 격려했다.

긍정적인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박희수는 이날 최고 142㎞의 공을 던졌다. 무엇보다 특유의 제구와 공끝의 움직임이 살아있었다. 박희수도 이 부분을 만족스러워했다. 박희수는 “올해 첫 실전투구여서 구속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대신 제구에 중점을 두고 실투만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좌우 코너워크도 괜찮았고 투심패스트볼의 움직임도 괜찮았다”고 자신의 투구 내용을 평가했다. 중점을 둔 부분에서 첫 단추가 잘 꿰인 셈이다.
시즌에 맞춰 착착 진행되는 계획도 긍정적이다. 실전 피칭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게 박희수의 생각이다. 박희수는 “아픈 곳이 없고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라면서 “실전감각이 조금 떨어지는데 시범경기 때까지 페이스를 점차 올린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속이나 결과보다는 제구와 중심이동에 주안점을 두고 캠프를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여유가 드러난다.
SK는 지난해 불펜 문제로 고심했다. 주축 선수들이 차례로 이탈한 탓에 전력이 약해졌다. 올해도 이 전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만한 보강은 없었다. 결국 기존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희수의 첫 피칭은 큰 의미가 있다. 박희수는 지난해 초반 부상 때문에 다소 고전하는 와중에서도 43경기에서 1승2패2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27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고작 0.92였다. 마무리 중 오직 오승환(당시 삼성)만이 박희수보다 더 나은 WHIP를 기록했다.
지난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성적인데 올해는 스스로 말하듯 몸 상태까지 좋다. 지난해 이상의 성적, 내심 2012년 홀드왕을 기록할 당시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이상의 성적이라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오승환이 빠져나간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다. 구위는 검증이 됐고 마무리 첫 해였던 지난해 얻은 경험도 적지 않다. SK에 파란 신호등이 제대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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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