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상까지… SK 캠프 분위기 최고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2.25 08: 03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특별상도 마련했다”
이만수 SK 감독은 23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연습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한 뒤 선수단을 불러 모았다. 의례적인 팀 미팅이었다. 의례적인 시상도 이어졌다. 보통 이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승리하면 투·타 최우수선수(MVP)를 선정해 자비로 1만 엔(약 10만5000원)의 상금을 준다. 이날 경기에서는 역전 적시타를 포함, 2안타를 친 김재현과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임경완이 MVP였다. 그런데 이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선수들의 플레이에 흡족한 평가를 내린 이 감독은 이날 캠프 들어 처음으로 ‘특별상’을 시상했다. 많은 선수들의 얼굴에 궁금함이 묻어난 가운데 수상자는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이날 오키나와 연습경기 첫 등판에 좋은 구위와 함께 1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아낌없이 지갑을 연 이 감독은 물론 박희수, 그리고 선수들의 얼굴에도 살며시 미소가 번졌다.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SK의 전지훈련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일화다. 말 그대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해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부터 선수들의 의욕이 남달랐다는 것이 이만수 감독의 흐뭇한 진단이다. 이 기세는 플로리다 캠프를 거쳐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SK가 한창 잘 나갈 때의 그 분위기가 다시 보이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 와중에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물론 연습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연습경기라고 해도 이기고 끝내는 것과 지고 끝내는 것은 분위기 차이가 크다. 그런데 SK는 23일까지 오키나와에서 가진 8차례의 연습경기에서 5승2패1무를 기록하며 스스로 좋은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경쟁은 치열하다. 전쟁터의 포격전을 연상케 한다. 한 선수가 잘하면 경쟁자인 다른 선수도 질세라 응사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인 팀 전력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선수단 내부에 긴장감이 지나친 것은 아니다. 훈련은 진중하지만 그 외의 일상생활에서는 유쾌함이 묻어난다. 주장 박진만이 ‘큰형 리더십’으로 선수단 내부를 보듬어주고 있고 박정권 박재상 조동화 등 중고참급 선수들도 후배들을 살뜰히 챙긴다.
SK는 지난해 4강 탈락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최정은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훈련을 하는데 포스트시즌을 보며 선수들끼리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나도 그렇고 다들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고 허탈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존심 회복을 향한 투지가 그 허탈감을 메우고도 남는 분위기다. SK의 대명사로 불렸던 끈끈함이 돌아오고 있다. SK가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은근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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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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