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지 "'왕가네'서 보낸 6개월..30년 인생 얻은 듯"[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4.02.25 15: 42

배우 이윤지의 30살은 특별했다.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리얼 '유부녀' 연기에 도전, '개소리', '만취', '답답이' 등 갖가지 수식어를 얻으며 다양한 이미지들을 보여줬기 때문.
'왕가네 식구들'이 촬영된 6개월간의 시간은 이윤지에게 배움의 시간이었다. 10년이 넘는 연기 경력을 가진 그지만, 나문희를 비롯해 장용, 김해숙 등 대선배들과 몸을 부딪치며 촬영에 매진하는 경험이 더욱 특별했던 것.
특히 왕광박이라는 캐릭터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보이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인물. 이윤지 역시 광박이에게 공감하고, 때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몰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모든 배우들이 애착을 갖고 임했기 때문일까. '왕가네 식구들'은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윤지는 25일 O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얻은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종영 후 긴장이 풀려 몸살을 앓았다는 그는 여전히 감기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긴장이 풀렸나봐요. 신기하게 작품 중간에는 아픈 적이 없어요. 진형욱 감독님도 촬영 당시 '너는 어떻게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컨디션을 유지하냐'고 물으시더라고요.(웃음) 종영 후만 되면 늘 아픈 것 같아요. 아픈 것이 고되면서도 아픈 것을 스스로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애착이 있었던 만큼 헤어짐에도 큰 아쉬움이 따랐다. 진형욱 감독 역시 '역대급 팀워크'라고 했던 만큼 배우간의 끈끈한 정이 많았다. 이윤지 역시 헤어짐에 대한 서운함이 큰 모습이었다.
 
"'왕가네 식구들'은 장기전이었어요. 진짜 가족들과 헤어지는 느낌이었죠. 작품 특성상 더욱 결속력이 강했거든요. 사실 제 실제 성격은 낯선 사람과 잘 지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이번 드라마에서는 회식도 잦았고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진짜 가족들의 분위기가 더 나왔던 것 같아요."
이윤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여러 매력을 풍겼다. 실감나는 '개소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가 하면, 이병준과의 대작으로 신들린 만취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답답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선보인 그의 재발견이기도 했다.
"원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해요. 이병준 선생님과의 술 대결 장면 역시 보리차였는데, 마음 속으로 '이건 술이다'하고 마시니까 진짜 취하는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모니터를 하는데 머리도 산발된 것이 보연의 제 모습과 비슷하더라고요. 하하. 광박이가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펼치는 캐릭터인데, 그간 받은 설움을 이 장면에서 다 표출시킨 것 같아요."
이윤지가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가 대선배들과의 화합이었다. 이윤지에 따르면, '왕가네 식구들' 속 어떤 배우도 선후배를 막론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이가 없었다고. 근엄함을 버리고 정을 나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불편하게 하시는 분들이 없었어요. 회식 자리에서나 촬영장에서도 근엄함 보다는 진짜 가족같은 느낌으로 대해주셨죠. 김해숙 선배님 경우에는 무서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세요. 대기실도 모든 여자 배우들이 함께 썼을 정도였으니까요. 나문희 선생님, 김해숙 선배님 등 모든 분들에게 많이 배웠지만 역시 김해숙 선배님을 1등으로 꼽고 싶어요. 김해숙 선배님의 딸이 저와 또래인데, 그래서인지 더 모녀지간의 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윤지는 '왕가네 식구들'에 몸담았던 6개월을 앞으로의 인생 30년과 같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이윤지에게는 '왕가네 식구들'의 존재가 막강했다. 극 중 현실감 있는 대사와 30년을 초월한 결말은 모두 이윤지의 인생에 값진 것이 됐다.
"광박이에게 많이 배웠어요. 당차게 직장을 그만둘 줄 알고, 사랑에 목 매달잖아요. 대본이 나올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봤던 것도 그런 것 때문이었어요. '왕가네 식구들'에서 시아버지가 '다 친정에 갖다주려고 하느냐'고 하는가 하면, 시어머니가 돈을 요구하는 장면, 또 엄마와 싸울 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공감됐어요. 모두 제가 상상해본 것들이거든요. 나이가 광박이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나이다보니까, 더 몰입도를 높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극에서 느꼈던 감정을 통해 '실제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많아요. 저에게 다시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느낌이랄까. 또 결말에서 30년 후에 환갑잔치를 한 것으로 나왔는데, 마치 저에게 30년이란 세월을 가져다 준 것처럼 교훈을 줬어요."
 
유부녀 연기를 통해 이윤지라는 배우의 매력을 다시보게 만든 만큼, 그의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 갖가지 캐릭터를 보여주며 연기의 스펙트럼까지 넓힌 만큼 후속작에서 보일 모습도 기대를 모은다. 그 역시 배우 인생을 길게 보며 많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아직 확정된 작품은 없어요. '왕가네 식구들'을 통해 캐릭터 선정에 대해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의사나 경찰, 남장 등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커피프린스'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극 중 윤은혜씨와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많은 감독님들의 러브콜을 기다립니다. 하하."
goodhmh@osen.co.kr
나무액터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