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기 노우진(33), 이상구(30) 부터 26기 김정훈(30), 27기 송필근(22), 28기 신인 김병선(27)까지. KBS 2TV '개그콘서트'의 신구 조화가 이뤄진 코너 '그래 그래'가 독특한 사차원 개그로 관객에 폭풍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낮은 목소리로 '그래 그래'를 말하는 조직폭력배 두목 노우진은 부하 송필근에 '~했다고 그래'라는 반복되는 말투로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시키고, 그 거짓말을 입밖으로 꺼내기도 전에 홀랑 넘어가 깜짝 놀라는 경찰 이상구의 리액션까지 흘러오는 황당한 이야기는 폭발적인 웃음을 만들어 내는 중. 특히 그 중심엔 웃음기 하나 없는 멀끔한 얼굴에 입만 열면 웃음 폭탄을 투하하는 노우진이 있다.
"정글(SBS '정글의 법칙')에 다녀와서 '개콘' 복귀를 '왕게임'으로 했는데, 사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왕게임'이라는 코너에서 분식의 왕, 데이트코스의 왕은 누구냐는 질문을 했었는데, 시청자 호응이 없었죠. 코너를 내린 후 빨리 새 코너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노우진)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그래 그래'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캐럴을 들으며 탄생한 코너다. 가정이 있는 노우진과 3월에 결혼하는 새신랑 김정훈, 또 '놈놈놈'을 통해 귀여운 이미지가 부각된 송필근, 고정 코너가 없던 김병선 등은 절박함 속 캐럴을 의지해 '그래 그래'를 완성했다. "그래서 저희들은 크리스마스의 선물이라고 '그래'요. 하하. 저희는 사차원 개그를 좋아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해해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우리끼리 멀리 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은 들었어요."(송필근)
'그래 그래'는 20기부터 28기까지 다양한 기수의 개그맨들이 모였다. 불편함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매주 진행되는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우진 선배는 가장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후배 아이디어도 잘 수용해주세요. 회의하면서 불편함은 전혀 없어요.(송필근)
"저는 신인이지만 아이디어를 내면 노우진 선배가 편안하게 연기를 해주시고, 조언해주셔서 용기가 생겨요. 주눅이 들지 않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김병선)

좋은 팀워크 때문일까? '그래 그래'는 첫 회부터 '빵 터지는' 4차원 개그로 화제를 모았다. "현장 반응이 좋아요. 관객분들이 많이 웃어주셨어요. 사실 개그맨만 웃기는 코너도 있어요. 그런걸 선수감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사차원적인 부분에서 대중화 시키는, 웃을수 있게 포장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어떻게 웃길지 항상 생각해요."(송필근)
또 '그래 그래' 코너를 통해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분한 노우진은 정글 속 꾀죄죄한 모습을 벗어던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외모로 시선을 끌고 있다. 노우진은 "제가 얼굴은 좀 괜찮았죠"고 너스레를 떨며 "복귀 코너가 '왕게임'이었는데, 떡볶이 역할이었으니까요. 멀쩡하게 분장하고 나간건 이 코너가 오랜만이라 그런 것 같아요"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매주 기발한 아이디어로 웃음을 선사하는 '그래 그래'팀. 아직 세 번밖에 시청자와 만나지 않았지만, 다음 주가 마지막 주라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는 저마다의 각오를 전했다.
"앞으로 진하게 3개월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멀리 내다보면 아이템을 아끼게 될 수 있어요. 다음 주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진하게 딱 3개월만 갔으면 좋겠어요."(노우진)
"저는 조금 더 써서 15주로 할래요. 우리는 마니아층 개그, 노우진표 개그라고 부르고 싶어요. 특이한 4차원 개그는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려요.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믿고 그 힘으로, 15주 달렸으면 좋겠어요."(송필근)
"열심히 하는 만큼 코너는 오래 간다고 생각해요. 사실 '개콘'에서 장타 코너는 이제 힘들어요. 시청자도 금방 질려하고요. 빨리 우리가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 수명을 늘릴 수 있어요. 저희는 아이디어 회의 끝나고 대본이 나와도 다시 수정하기도 해요. '감수성' 이후 장타 친 코너가 없어요. 이번 만큼은 정말 잘 해볼래요."(김정훈)
"첫 고정이에요. 선배들에 최대한 보탬 될 수 있게, 많이 배울 수 있게 할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김병선)
하지만 3개월 정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이들의 속내는 살짝 다른 듯 했다. 3월 결혼을 앞둔 김정훈의 결혼식 이야기에서 전코너와는 사뭇 다른 마음가짐을 내보인 것. "정훈이가 '왕게임' 팀과 함께 웨딩 사진을 찍자고 제안해서 난감했죠. 웨딩사진은 평생가는데, 우리는 떡볶이 분장을 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이번 결혼식에서 '그래 그래' 팀에게도 이벤트를 부탁할까봐 걱정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해줘야 할 것 같네요. 하하"(노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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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