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2014시즌의 문을 여는 세레소 오사카와 경기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포항은 25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홈 개막전(1차전)서 후반 15분 배천석의 천금 동점골에 힘입어 세레소와 1-1로 비겼다. 이로써 E조는 첫 경기부터 안갯속 형국을 걷게 됐다. 앞서 열린 산둥 루넝과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1-1로 끝난 데 이어 포항과 세레소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여러모로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다. 세레소는 황선홍 포항 감독이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보냈던 친정팀이였다. 게다 세레소는 올 시즌을 앞두고 2010 남아공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2회에 빛나는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를 영입하며 화제를 뿌렸다.

황선홍 감독은 이날 변형 제로톱을 구사했다. 이명주와 김승대를 사실상 투톱에 가까운 위치에 놓고, 좌우 측면엔 고무열과 조찬호를 배치했다. 특히 고무열 이명주 김승대는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기회를 노렸다. 중원에는 김태수와 김재성이 자리했고, 포백 라인은 왼쪽부터 김대호 김광석 김원일 신광훈이 형성했다.
반면 세레소는 일본 대표팀의 공격수 카키타니 요이치로를 최전방에 배치하며 포항의 골문을 노렸다. 최근까지 경미한 부상을 안고 있었던 포를란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포항은 예열을 마치기도 전인 전반 10분 카키타니 요이치로에게 일격을 맞았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잡은 카키타니는 김원일을 앞에 두고 자로 잰 듯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포항의 골대 상단을 흔들었다.
포항은 이후 빠른 전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세레소의 강력한 압박에 고전했다. 최전방의 카키타니부터 미드필더들까지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포항에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서서히 볼 점유를 높여가던 포항은 전반 35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조찬호가 오른쪽 측면을 완벽히 허문 뒤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고무열이 회심의 헤딩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감한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이른 시간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9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태수 대신 최전방 공격수 배천석을 투입하며 칼을 빼들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포항은 이후 주도권을 움켜쥐며 기어코 만회골을 뽑아냈다. 후반 15분 고무열이 김재성과 이대일 패스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배천석에게 공이 흘러들어갔고, 지체없는 오른발 슈팅으로 세레소의 골망을 갈랐다.
기세가 오른 포항은 이후 세레소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세레소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30분 카키타니에게 위협적인 헤딩 슈팅을 내줬다.
포항은 후반 31분 김승대를 빼고 '신인' 이광혁을 넣고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후반 44분 조찬호 대신 발 빠른 신영준을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추가시간은 4분이 주어졌고, 포항은 마지막까지 세레소의 골문을 공략했다. 하지만 잔뜩 내려 앉은 세레소의 수비진을 뚫어내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었다. 포항은 결국 소득을 올리지 못한 채 승점 1점을 획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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