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가량의 짧은 영상이 시청자를 순식간에 분노하게 만들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심장이 뛴다'에 비춰진 사람들의 어두운 이면 때문이었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심장이 뛴다'에서는 지난달 28일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탄 바 있는 이종순 씨의 뒷이야기가 담겼다.
이종순 씨는 서해안고속도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이로, 다리 한쪽이 절단돼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방송에서는 위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가는 응급차 앞에서 길을 내주지 않는 자동차들의 모습이 등장해 한 차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리고 이날 방송에서는 이종순 씨의 근황이 공개됐다. 그는 결국 절단된 다리를 되찾지 못했다. 행복한 어머니, 아내였던 그는 이제 다리가 있는 듯한 환상통에 시달리며 영원히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장애인이 됐다. 결혼 27년차 행복한 부부의 삶은 이렇게 한순간에 추락해버렸다.
그리고 이종순 씨의 근황 뒤로 제작진은 그가 사고를 겪었던 상황을 다시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종순 씨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다친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나서다 이 같은 변을 당했다. 그런 이에게 돌아온 것은 고속도로 위 시민들의 무관심 혹은 이기주의였다. 병원에 도착해 "아프다"며 비명을 지르는 이종순 씨와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만하는 그의 남편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그리고 '심장이 뛴다'는 이 사건을 계기로 특별 기획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을 예고했다. 선진국에서 응급차가 등장했을 때 일어나는 '모세의 기적' 같은 상황을 비추며, 당연하면서도 훈훈한 문화를 만들어보자 시청자를 설득했다.
제작진의 이러한 노력은 방송 직후 네티즌의 관심을 받으며 일단 효과를 봤다. 네티즌은 곁의 누군가, 혹은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어두운 이면에 함께 분노했다.
남다른 예능 '심장이 뛴다'는 그저 시청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만들어내려 한다. 그 주제는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간단한 행동, '응급차가 오면 길을 비켜주세요'다.
이번 특별 프로젝트를 계기로 '심장이 뛴다'가 마치 그 옛날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와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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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뛴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