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를란과 카키타니-배천석의 골, 두 가지가 떠올랐을 포항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2.26 07: 19

포항 스틸러스는 상대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과 가키타니 요이치로(이상 세레소 오사카) 그리고 배천석(포항)의 골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포항은 2014시즌을 여는 첫 무대서 산뜻한 스타트를 신고하지 못했다. 포항은 지난 25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홈 개막전(1차전)서 전반 10분 가키타니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15분 배천석의 천금 동점골에 힘입어 세레소와 1-1로 비겼다.
뚜껑을 열기 전부터 어려움은 예상됐다. 지난 시즌 순수 국내파로 더블의 위업을 달성했던 포항은 올 시즌도 지갑을 닫았다. 외인 공격수 영입은 없었고, 박성호 노병준 황진성 등과 재계약에 실패하며 해결사 부재를 예고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이날 변형 제로톱을 선보였다. 외국인 선수와 베테랑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꺼내든 궁여지책이었다. 이명주와 김승대가 투톱에 위치했고, 고무열과 조찬호가 측면에서 지원사격을 가했다.
한계가 있었다. 전반까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고무열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은 크로스바를 비껴갔다. 도리어 전반 10분 일본 대표팀의 공격수 가키타니에게 일격을 맞았다. 결정력이 돋보였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간결한 슛 모션으로 수비수를 교란한 가키타니는 자로 잰 듯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다. 공의 궤적을 멍하니 바라보던 신화용 골키퍼가 주저앉았을 정도로 완벽한 골이었다.
포항은 후반 들어 황선홍 감독의 적절한 교체 타이밍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후반 9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태수 대신 최전방 공격수 배천석을 투입한 것이 주효했다. 배천석은 투입 6분 뒤인 후반 15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귀중한 오른발 동점골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털어내는 만회골이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아시아 무대 데뷔전을 치른 포를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경기였다. 2010 남아공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2회 수상에 빛나는 포를란은 경기 전부터 화제를 뿌렸다. 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슈팅 시도는 없었고, 동료와 호흡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해 몸이 완전치 않아 보였다. 또 후반 들어 거세진 포항의 공세 탓도 있었다.
포항은 이날 가키타니와 포를란, 그리고 배천석의 골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중앙 공격수로서 남다른 결정력과 움직임을 선보인 가키타니, 이날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한방을 가진 세계적인 공격수 포를란, 그리고 이날 귀중한 만회골을 터트리며 올 시즌 해결사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배천석. 가키타니와 포를란엔 일종의 부러움이, 배천석에겐 기대감의 시선이 향하지 않았을까. 후반 들어 공세를 펼치고도 역전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포항에 전방에서 비벼주고 싸워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전북 현대(2006 ACL, 2009 2011 K리그 우승)를 이끌며 성공 시대를 열었던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 시즌 출정식에서 투자에 소극적인 K리그를 향해 뼈있는 말을 남겼다. "무조건적인 투자는 지양되어야 한다. 하지만 팀 특성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한다". 포항이 아시아 정상을 꿈꾸고 있다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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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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