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선발-불펜 따로따로 서바이벌 펼친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4.02.26 06: 03

넥센 히어로즈가 마운드 운용에서 올해 특이한 도전에 나선다.
보통 한 팀은 한 시즌 동안 적게는 6~7명, 많게는 9~10명 정도를 선발투수로 기용한다. 이 모든 투수를 선발로만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이라는 보직이 생기기도 했고 보통은 불펜투수가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을 때 그 자리를 메우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자원과 26명의 1군 엔트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넥센은 올해 지금까지와 다르게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를 따로따로 경쟁시킨다는 방침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시즌초 시무식에서 밝힌 선발 후보는 외국인 2명을 빼면 오재영, 문성현, 강윤구, 김대우, 금민철, 장시환 등 모두 6명.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이 불펜에서 경쟁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김영민과 김병현, 강윤구가 시즌초 선발 로테이션에서 들어가 있었으나 6~7월 집단 부진이 이어지면서 결국 모두 불펜으로 보직이 전환됐다. 빈 자리에는 원래 불펜으로 내정됐던 문성현과 재활을 마친 좌완 불펜 오재영이 오랜만에 선발로 들어갔다. 강윤구와 김영민은 포스트시즌까지 불펜으로 나섰다.
올 시즌 지난해와는 다른 경쟁 시스템을 가져가는 것은 투수들의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상덕 넥센 투수코치는 "올 시즌에는 선발은 선발끼리 경쟁을 시켜서 1군에서 선발로 부진하면 불펜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2군에서 선발 등판을 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해도 1군에는 이름을 계속 올리는 일을 막겠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역할의 구체화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는 등판 일수, 이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준비 과정도 다르다. 선발들은 시즌 전부터 긴 이닝을 던지는 데 초점을 둔다면 불펜은 연투 능력을 중점적으로 길러야 한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피칭 리듬이 흔들리는 것을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넥센이 이같은 도전을 하게 된 데는 마운드가 전보다 두터워진 것이 한몫 했다. 지난해까지는 선발이 무너져도 꺼낼 카드가 한정적이었으나 올해 군복무를 마친 금민철과 김대우가 돌아온 것이 든든한 전력 강화가 됐다. 두 선수가 선발진을 채우면서 김병현, 김영민은 완전히 불펜으로 이동했다. 2차 드래프트로 이상민을 데려와 좌완 불펜도 채웠다.
넥센은 지난해 '악몽의 6월'을 겪었다. 당시 염경엽 감독은 연패 속에서 팀을 꼼꼼히 분석한 끝에 부진 원인은 선발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렇게 꺼낸 선발진 총교체 카드는 효과적이었다. 올해 넥센 역시 확실한 경쟁을 통한 선발진 강화가 가장 필요하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 시즌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넥센이 마운드 운용에서 어떤 결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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