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기황후' 백진희, 감정의 롤코…연기神이 내렸나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2.26 07: 21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듯 분노하며 노를 겨누더니, 전세가 역전돼 위급한 상황에 처하자 "제발 살려달라"며 목숨을 구걸하며 애원한다. MBC 월화드라마 속 '기황후'에 등장하는 타나실리 역을 맡은 백진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25일 방송됐던 '기황후' 33화에서는 사냥시합 당일 타환(지창욱 분)과 기승냥(하지원 분)을 살해하려는 연철(전국환 분) 수하들의 비열한 모습이 그려졌다. 연철의 딸이자 타환의 아내인 타나실리(백진희 분)도 이에 동참했다.
타나실리는 기승냥의 최후를 보고자 현장에 자진 참석했다가, 설치해둔 덫이 작동하지 않자 직접 노를 들고 기승냥의 목숨을 노리기 위해 나서는 과정에서 표독스러움을 표출했다.

특히 화살을 피하고자 기승냥이 의도적으로 타나실리를 자극하는 과정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남편인 타환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비참함과 승냥을 향한 증오가 한데 뒤섞인 타나실리의 심경을 눈빛과 목소리로 사실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화살이 승냥을 빗나가고 상황 역전을 허용해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위협받게 되자 "난 이나라의 황후다. 니깟년이 날 죽이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넌 날 죽이지 못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마지막 허세를 부리더니 결국 180도 돌변해 눈물로 목숨을 구걸한다.
승냥이 겨눈 칼에 목을 내어준 타나실리는 "잘못했다. 용서해줘. 제발 죽이지 말아줘. 살려다오"라는 말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실로 구차한 모습을 연출한 것. 황후라는 위치에서 거만함은 물론 승냥을 향한 증오도 모두 거둬들인 후, 풍전등화에 놓인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고자 함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이 길지 않은 장면은 앞서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을 거치면서 배우로서 한층 성장을 거듭해온 백진희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방송 직후에도 시청자들에게 회자되며,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또한 백진희는 이날 왕유(주진모 분)을 연모하던 마음을 접지 못한 상황에서 일편단심 승냥을 바라보는 왕유의 마음마저 눈치채는 모습으로 갈팡질팡 흔들리고 휘둘리며 어쩌지 못하는 여성의 마음을 묘사해 극의 몰입도와 흥미를 높여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악역이지만, 결코 무조건적으로 밉지만은 않은 애절함과 가련함을 연기력으로 승화한 타나실리 맞춤옷을 백진희가 자신의 몸에 걸치며 작품의 완성도에 한 획을 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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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황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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