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는 첫 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를 했다. 볼스테드는 지난 25일 일본 미야자키의 아이비구장에서 열린 ‘규슌(球春) 미야자키 베이스볼 게임즈’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조기 강판됐다.
볼스테드의 성적은 1이닝 5피안타 4실점(3자책)이었다. 1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볼스테드는 2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했다. 두산은 볼스테드에게 45개 정도의 투구수를 가져가게 할 방침이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투구를 했다면 3이닝 정도를 볼 수 있었으나, 볼스테드는 2회 무사에 투구수가 43개로 불어나 김명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두산은 소프트뱅크에 4-14로 대패했다. 볼스테드가 1-3에서 물러났고, 김명성이 출루한 주자 1명의 득점을 허용해 볼스테드의 실점은 불어났다. 김명성 이후 두산은 변진수-오현택-허준혁-여정호-정재훈이 차례로 등판했으나 1이닝씩 책임진 여정호와 정재훈을 제외하면 모두 상대 타선에 실점을 허용했다.

이날 실전 데뷔를 했던 볼스테드의 경우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보면 실망스럽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기간인 만큼 실전 감각을 익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시기이므로 속단은 이르다. 코칭스태프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의 권명철 투수코치는 이날 볼스테드의 피칭에 대해 “구종을 체크해보며 많은 공부가 됐을 것이다. 오늘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해 경기 운영을 어렵게 했다. 2회에 바꾼 것은 투구수가 차서 그랬던 것이다. 첫 경기라 긴장도 많이 한 것 같고, 다음 경기까지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볼스테드의 슬라이드 스텝에 대해 묻자 권 코치는 “평소에는 1.54초 정도가 나왔는데, 오늘은 많이 좋아졌다”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주자가 있을 때 도루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1.3초 이내로 슬라이드 스텝을 가져가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완할 점은 많지만, 첫 등판에서의 부진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이 권 코치의 평가였다.
송일수 감독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송 감독은 소트프뱅크와의 경기 직후 “볼스테드는 첫 실전이라 그런지 컨트롤이 불안했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위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볼스테드의 포심 패스트볼은 146km까지 나왔고, 투심 패스트볼의 구속도 최대 142~143km에서 형성됐다.
그렇다면 볼스테드를 상대한 타자들은 그의 투구를 어떻게 봤을까. 상대 타선의 4번타자 이대호는 우선 “나도 100% 컨디션이 아니고, 볼스테드도 100% 컨디션이 아니라고 하니 정확히 판단하기는 힘들다”라는 말로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았다.
이대호는 “양의지가 계속 볼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두산 배터리가 1사 1, 3루에 만난 자신을 상대로 적극적인 볼 배합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도 언급했다. 실제로 이대호는 볼카운트 2B로 유리한 상황을 맞았으나 적극적으로 볼스테드의 공을 공략하려 나서다 7구째 들어온 낮은 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물러났다.
마지막으로 이대호는 “볼스테드의 몸 상태가 완벽하면 큰 키에서 나오는 커브와 빠른 볼이 위력적일 것 같다”며 이날 경기에서 보였던 실망적인 모습보다 정상 컨디션이 됐을 때 나올 수 있는 장점을 이야기했다. 하드웨어가 좋은 만큼 몸 상태만 끌어올리면 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한편 두산은 26일에 기요다케 구장에서 일본 챔피언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맞붙는다. 선발로는 좌완 유희관이 나설 예정이다. 라쿠텐 스카우트 출신인 송 감독과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벌일 사령탑 맞대결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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